[책]5년만에 평론집 낸 유종호 교수

  • 입력 2001년 3월 27일 18시 52분


◇"서정적 진실 없으면 죽은 詩"

“한국 시(詩)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서정적 진실’의 회복입니다.”

문학평론가인 유종호 연세대 석좌교수(65)가 5년만에 평론집 ‘서정적 진실을 찾아서’(민음사)를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시 창작과 비평에서 사라지고 있는 ‘서정성’을 화두로 내세웠다. 시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그의 문제의식은 책이 아니라 강의실에서 싹튼 것이다.

“우리 현대시에 대한 학생들의 발표내용이 너무나 엉뚱한 경우가 많았어요. 이를 추궁해보면 어느 대학의 아무개 교수, 또 누구 누구 교수의 글을 참고했다는 것이죠. 그런 비평을 찾아보면 터무니없는 논리가 전개돼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씨는 이 책에서 자기 모방, 대량 생산, 형식 홀대를 ‘한국시의 세 공적(公敵)’으로 규정했다. 이 책에 실린 ‘캐주얼의 시학’이라는 글에는 그가 구체적으로 지적한 한국시의 문제점이 담겨 있다.

‘시와 문학의 위엄을 훼손시키는 졸속적 양산주의, 상업주의,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시를 더욱 알 수 없는 소리로 만드는 것이 소임인 해설주의’가 그것이다.

한국시 내외부의 잘못된 행태 때문에 학생들은 좋아하는 시를 대라고 하면 교과서에 나온 시인 밖에 모르고, 심지어 시와 대중가요 가사도 구분할 줄 모르는 데에 이르렀다고 우려했다.

그는 “시에 대한 기초적 이해가 되어있지 않은 채 추상적 논의를 펴는 경향에 대한 반성이 팔요하다”고 이 책에서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시에 대한 경의와 이에 바탕한 견고한 해석과 이해”라고 말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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