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여기자가 본 백지영 비디오]만약 주인공이 당신이라면…

  • 입력 2000년 11월 30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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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백지영 비디오’는 총 상영시간 40분에 크게 3부분으로 돼 있다.

앞부분은 그가 카메라 앞에서 장난스레 인터뷰하는 장면, 중간은 문제의 침실 장면, 뒷부분은 앞의 장면 중 자극적인 장면을 반복 편집한 내용이다.

침실 장면에서도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낙담했을 것이 분명하다. 카메라는 침대 발치 건너편 TV 위에 고정돼 있는 듯했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북한의 ‘꽃제비’에 관한 다큐멘터리 방송 소리가 선명했다.

◆ 무엇을 기대했다면 오산

그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래서 꾸밈없고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자극적인 것을 원하는 사람은 차라리 비디오가게에 가서 B급 에로영화를 보시라. 그는 시종 밝은 표정으로 웃고 있었지만 기자에게는 매니저에게 잘 보여 스타로 뜨고자 하는 철부지의 그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TV에서 뛰어난 가창력과 춤 실력을 보여준 그지만 그 공간에서는 인간적인 연민마저 느끼게 했다. 그리고 문제의 동영상을 본 느낌은? 이유가 어떻건 관음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아 기자 자신에 대해 불쾌한 감정이 일었다.

◆ 무엇이 죄송하단 말인가

그런데 그가 기자회견을 통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무엇이 죄송하단 말인가.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피의자 취급을 당하며 사실상 두 번째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다. ‘O양 비디오’의 주인공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다시 말할 것도 없이 이들의 생활은 지극히 사적인 것이다. 연예인이라도 사생활은 있다. 위험 수위에 이른 우리 사회의 관음증이나 여성의 상품화, 언론의 선정주의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 사생활-인권을 생각해야

비디오의 유출과 유통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문제는 사생활과 인권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다. 사생활 중 사생활이라고 할 성생활이 만천하에 폭로된 당사자가 나라고 상상해 보라. 이것이 바로 이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그래서 기자는 기자회견에서 울먹이는 그를 보고 마치 우리 사회 전체가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된 것 같은 참담한 심정이었다.

<서영아기자>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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