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기름값 폭등…애물단지 車 "팔자 팔아"

  • 입력 2000년 11월 26일 18시 42분


경기 침체와 기름값 폭등으로 국산 및 외제 중고차 매물이 크게 늘고 있다. 집보다 차를 더 먼저 구입하는 한국인들이 차를 내다 팔 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26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말까지 해외로 팔려 나간 국산 중고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6만6346대)보다 10.8% 늘어난 7만3552대로 집계됐다. 특히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진 10월 이후 수출량이 급증하고 있어 연말까지는 사상 최고 기록인 8만7834대(98년)를 넘어 9만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차종별로는 승용차가 4만2371대로 가장 많아 일반 가정이나 기업들이 불황과 유가 폭등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영세 사업자나 운송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승합차와 화물차도 각각 1만5638대와 1만5300대씩 수출된 것으로 조사돼 전반적으로 경기가 하락세임을 반영했다.

월별로는 코스닥 시장에 한파가 몰아닥친 3월(8544대), 현대 사태가 본격화된 5월(8376대), 제2차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나온 10월(8018대)이 올해 월평균 수출량(7300대)보다 많았던 것으로 나타나 경기가 나쁠수록 중고차 수출량이 많아지고 있음을 보여줬났다.

경기 침체의 여파는 외제 중고차 매물이 증가하고 있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외제 중고차 전문 매매업체인 오토뱅크에 따르면 올 9월 이후 벤츠 BMW 등 고급 수입차를 팔겠다고 연락을 해 오는 사람이 하루 평균 10∼15명으로 상반기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지만 거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활황 때 고급 수입차를 샀던 벤처기업가들이 주로 차를 내놓는다”며 “이들 대부분이 상반기에는 더 좋은 차로 바꾸기 위해 차를 내놓았지만 요즘에는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차를 팔아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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