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남다른 전략이 日캐릭터 키웠다 '캐릭터 비즈니스'

  • 입력 2000년 11월 24일 18시 55분


□캐릭터 비즈니스 / 쓰치야 신타로 지음, 김형석 편역 / 243쪽 9000원 문지사

캐릭터 산업에 견줄만한 ‘꿈의 비즈니스’가 있을까. 미키마우스는 환갑을 넘긴 지금도 해마다 수 조원을 벌어들인다. 월트디즈니는 가만히 앉아서 수 십년간 거금을 챙기고 있다.

우리에게 ‘캐릭터 엘도라도’는 아직도 희망사항에 불과하다. 5조원을 육박하는 캐릭터 시장의 90% 이상이 외제 일색이다. 아기공룡 ‘둘리’에 거는 오랜 희망도 슬슬 지겹다.

황금을 찾겠다면 보물지도의 진위부터 따져봐야 한다. 일본 캐릭터 산업의 성공사례를 구체적으로 해부한 이 책이 시금석으로 손색없다. 풍문으로만 전해 듣던 선진 마케팅 기술을 전면적으로 다룬다는 점이 각별하다. 조악해 보이는 표지와 편집은 사소한 흠이다.

이 책은 우선 ‘캐릭터〓만화영화 주인공’이란 고정관념이 얼마나 촌스러운지 깨닫게 해 준다. 지난해 전세계 아이들을 사로잡은 ‘포켓몬’만을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패미컴’이 만든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 주인공이나, H.O.T.의 원조격인 일본 아이돌 가수의 캐릭터 마케팅까지 포괄한다.

애니메이션 선도형인 미국에 비해서 일본의 캐릭터 마케팅 전략은 일반적으로 이렇다. 1단계로 ‘소년 점프’ 같은 만화잡지로 선보인 뒤 반응이 좋은 것은 단행본 만화로 출판한다. 2단계로는 이를 TV 만화로 제작해 붐을 일으키고, 3단계로 캐릭터 상품화(머천다이징)로 큰 돈을 벌어들인다.

일본의 캐릭터 상품화는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 전략으로 ‘대리점 방식’을 사용한다고 전한다. 만화영화사 등 캐릭터 제작사가 비디오게임, 완구, 일용품 등 다양한 콘텐츠 상품을 일일이 기획 생산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산자(product licensee), 판매권자(sales licensee)에게 권리를 양도해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형태를 취한다.

TV와 영화 같은 미디어에 노출시켜 수익을 창출하는 ‘미디어 믹스’ 전략은 캐릭터 비즈니스의 첫걸음이다. 대표적으로 사전에 캐릭터를 상품화해 TV 만화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점포에 내놓는 ‘뽀삐(Poppy) 상법’, 역으로 만화영화로 성공을 거둔 뒤 만화책을 만드는 ‘가도가와(角川) 상법’이 소개되어 있다.

캐릭터의 유형에 따라서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만화책이나 TV 방영시에는 별 인기가 없다가 입소문으로 장기적인 인기를 얻은 ‘지효성’ 캐릭터 전략이다. 프라모델만 2억개가 팔린 반다이사의 ‘건담’ 시리즈, 30년이 넘는 롱셀러 캐릭터로 정착한 ‘도라이몽’이 대표적인 사례다.

76년 태어난 ‘헬로키티’는 롱셀러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TV 노출을 피해 성공을 거뒀다. 디즈니 캐릭터가 장수한데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절대로 TV로 방송하지 않는 전략이 있었다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완전한 오지지널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전래동화 등 다양한 소스를 통해서 이를 개발하고 발전시켜가야 한다는 충고다. 그리고 캐릭터의 디자인이 캐릭터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엇보다 세계관이나 스토리가 없으면 캐릭터는 단명하기 쉽다’는 조언 역시 새길 만하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