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수능]고득점도 '눈치'…대입지도 큰 혼란

  • 입력 2000년 11월 16일 18시 39분


올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출제 당국의 예측과는 달리 쉽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성적이 크게 뛸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선 고교들에 진학지도 비상이 걸렸다.

고교들은 16일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답안지를 가채점한 결과, △상위권은 10점 △중위권은 20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학 지도 혼선〓고교 진학 담당 교사들은 지난해 수능 성적과 모의고사 성적을 기준으로 한 지원 가능 대학의 수준을 고쳐 잡는 등 혼선을 빚었다.

입시기관들은 “상위권 및 중위권에서 각 점수대별로 지난해에 보다 2∼3배 가량 많은 득점자가 몰릴 정도로 쉬웠다”면서 “지난해 380점 이상 고득점자는 6597명이었지만 올해는 1만2000명 이상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370점대 이상 상위권이 두텁게 형성되는 ‘표주박형’ 분포를 보여 주요 대학의 특차시험 경쟁률과 합격선이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선택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상위권 고득점자들도 특차모집과 정시모집에서 하향 안전 지원 등 눈치작전을 벌여야 할 형편이다.

중동고 이정철군(18)은 “점수가 생각보다 잘 나와 기분이 좋았는데 오히려 대학가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김영일 평가관리실장은 “서울대 정시모집의 경우 지난해 380점 이상, 고려대 연세대 등은 370점 이상은 돼야 지원이 가능했지만 올해는 10점 이상 올려 잡아야 한다”며 “서울대 특차는 390점 이상이어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접 논술〓이 때문에 논술과 면접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고교와 수험생은 논술 특강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 학원들도 논술 특강 광고를 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학부모들은 논술 과외를 위한 팀을 짜기에 바쁜 실정이다. 고액 논술 과외 등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대학〓대학들은 수능 고득점자가 많아지자 동점자 처리를 위해 점수를 소수점 단위까지 계산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일부 대학은 정확한 전형을 위해 논술의 기본 점수를 낮추거나 아예 주지 않고 내신 성적 등을 엄격히 반영하기로 했다. 또 수능만으로 선발하는 대학들은 특차모집에서 동점자가 많이 나오면 모집 인원보다 더 많이 선발하고 정시모집 인원을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난이도 실패〓한국교육평가원은 상위 50% 수험생의 평균점수가 3∼5점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쉬운 수능’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어서 수능 변별력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면서 ‘수능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평가원은 언어영역이 2점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수험생에 따라 10∼20점 오른 것으로 나타났고 수리탐구Ⅰ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란 예측과 달리 별로 어렵지 않았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지역 대학 입학처장들은 이미 10일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고 학생부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는 만큼 대학들이 지필고사를 자율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었다.

박도순(朴道淳)평가원장은 “상위권 학생들의 점수 등락폭만 기준으로 난이도를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평가원이 3∼4점 정도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 것도 맞을 확률은 70% 정도”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2001 수능]380점이상 지난해보다 2~3배 늘어
[2001수능]대학들 "너무 쉬운 제2외국어 왜 치나" 반발

<이인철·이진영·김경달기자>in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