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김지영 파트너된다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31분


국립발레단의 ‘양김(兩金)’으로 불리는 프리마 발레리나 김주원(23) 김지영(22)이 파트너로 한 무대에 선다. 17일 공연되는 ‘해설이 있는 발레 2000’의 ‘초현(超現)’.

이 작품에서는 ‘남자’가 사라졌다. 발레의 파 드 되(2인무)라면 자연스럽게 무대 위의 ‘남과 여’를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피아졸라의 탱고 곡에 맞춰 안무된 이 창작 발레는 국내에서 드물게 여성만의 파 드 되로 구성됐다.

“정사(情事)를 막 끝낸 남녀가 나른한 햇살을 맞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하라.” 안무를 맡은 안성수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의 주문이다.

그렇지만 두 발레리나의 캐스팅이 확정되면서 작품 분위기는 로맨틱하기보다는 몽환적이면서 초현실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김주원은 “그래도 두 무용수의 몸이 접촉되는 장면이 많고 섹시한 분위기”라면서 “묘하고 독특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10대에 이미 국립발레단 주역으로 발탁된 이들은 해외에서 활동중인 강수진(32·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뒤를 이를 재목으로 꼽힌다.

김주원은 7월 ‘세계 춤 2000’에서 세계적 발레리노 이렉 무카메도프와의 ‘파 드 되(2인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김지영은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활약중인 김용걸과 98년 파리국제콩쿠르에서 2인무 부문 금상을 수상했다.

파트너의 도움이 절대적인 파 드 되의 한 장면처럼 둘의 인생은 발레를 매개로 얽혀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협회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했고, 92년 러시아 유학길에서는 같은 비행기를 탔다. 김주원은 볼쇼이에서, 김지영은 바가노프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국립발레단에서 다시 만났다.

나비날개같은 발레 의상(튀튀)를 입고 ‘까치발로 종종 걸음을 치는(브레)’ 두 발레리나의 모습은 기자의 눈에 ‘백조’ 또는 ‘공주’로 비쳐졌다.

그렇지만 ‘공주의 하루’는 한해 80여회의 무대를 부상없이 소화하기 위해 땀으로 젖는다. 아침 9시부터 밤10시까지 휴식시간을 빼도 하루 10시간 가깝게 춤에 매달린다.

지난 주 최태지국립발레단장(41)과 함께 한 공주들과의 저녁 만찬. 갈비에 와인을 한잔 곁들였는데 10인분이 금새 사라졌다. 김지영은 “아침은 가볍게 먹고, 점심은 연습에 지장이 있어 거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식사는 저녁 뿐”이라고 주장했다.

무대에서 내려와 사복으로 ‘변장’한 공주들의 ‘왕자’는 영화배우 러셀 크로, 박신양, 야구선수 박찬호(김지영)와 러셀 크로, 이정재(김주원)로 수시로 바뀌었다.

이들은 “사람들은 발레리나를 다른 별에서 사는 별종으로 여긴다. 하지만 발레 연습에 매달리는 것을 빼고는 TV와 영화를 보면서 비슷하게 살아간다”고 말했다. 공연은 17일 7시, 18일 3시반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587―6181

●무대 밖, 발레리나의 말 말 말

▽발레보다는 공부가 조금 더 쉽다(김주원)〓내 생각이지만 공부가 더 쉬웠다. 선화예중 시절에는 전교 1등도 했다. 발레를 안했다면 의학이나 법률을 전공했을 것 같다. 반면 김지영은 “발레 말고 다른 것을 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토요일 낮에는 ‘가을동화’ 때문에 연습 못해요(둘다)〓‘가을 동화’의 재방송 때문에 연습에서 빠져나온다. 은서(송혜교) 준서(송승헌)가 죽자 같이 울었다. 그렇지만 원빈(태석 역)이 ‘짱’이예요.

▽B형은 ‘노’(공통)〓남성 무용수 대부분 B형이고, 너무 섬세해요. 남성 무용수와의 결혼은 싫어요. 결혼은 서른이 넘어서. 발레와 결혼생활을 함께 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따님이에요?(단장과 함께)〓두 발레리나와 함께 찾아간 식당의 여주인이 최단장에게 무심코 인사말을 건넸다. 최단장은 “아닌 데…”라며 입을 달싹이다 포기한 눈치. 언니라는 호칭을 기대했을까.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