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기 홍랑과 연인 최경창 戀詩원본 발견

  • 입력 2000년 11월 13일 23시 23분


조선 중기의 명기(名妓) 홍랑(洪娘·생몰연대 미상)과 그의 연인이었던 문인 최경창(崔慶昌·1539∼1583)이 주고받은 연시가 수록된 11쪽짜리 서첩이 발견됐다.

이 서첩엔 홍랑의 유명한 시조(‘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원본과 최경창이 홍랑과 헤어지면서 써준 두편의 한시가 실려있다. 또한 이 서첩을 보고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선생이 감상기를 적어 넣은 발문도 함께 공개됐다. 홍랑의 시조는 이미 알려진 것이고 최경창의 한시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 서첩은 학고재 우찬규 사장이 최근 구입해 13일 공개한 것으로 빼어난 서화 감식안으로 정평이 나있는 오세창(吳世昌)선생이 한때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실린 홍랑의 시조는 1574년 봄 함경도 경성에서 최경창을 한양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그 심경을 읊은 것. 최경창의 한시 두편은 그 이후 홍랑이 한양으로 최경창을 찾아가 재회한 뒤 다시 떠나게 됐을 때, 최경창이 홍랑에게 써준 것이다. 두편 모두 제목이 ‘송별(送別)’. 그 중 한 편은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幽蘭)을 주노라/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함관령의 옛노래를 부르지 말라/지금까지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이병기는 발문에 ‘간곡한 작별의 뜻이 언사에 넘치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평해놓았다.

이 서책을 본 설성경 연세대교수(국문학)는 “임진왜란 이전의 한글 변천사 및 한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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