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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13일 23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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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첩엔 홍랑의 유명한 시조(‘묏버들 갈해 것거 보내노라…’) 원본과 최경창이 홍랑과 헤어지면서 써준 두편의 한시가 실려있다. 또한 이 서첩을 보고 가람 이병기(嘉藍 李秉岐)선생이 감상기를 적어 넣은 발문도 함께 공개됐다. 홍랑의 시조는 이미 알려진 것이고 최경창의 한시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 서첩은 학고재 우찬규 사장이 최근 구입해 13일 공개한 것으로 빼어난 서화 감식안으로 정평이 나있는 오세창(吳世昌)선생이 한때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실린 홍랑의 시조는 1574년 봄 함경도 경성에서 최경창을 한양으로 떠나보내고 나서 그 심경을 읊은 것. 최경창의 한시 두편은 그 이후 홍랑이 한양으로 최경창을 찾아가 재회한 뒤 다시 떠나게 됐을 때, 최경창이 홍랑에게 써준 것이다. 두편 모두 제목이 ‘송별(送別)’. 그 중 한 편은 ‘말없이 마주보며 유란(幽蘭)을 주노라/오늘 하늘 끝으로 떠나고 나면 언제 돌아오랴/함관령의 옛노래를 부르지 말라/지금까지도 비구름에 청산이 어둡나니’.
이병기는 발문에 ‘간곡한 작별의 뜻이 언사에 넘치는 우수한 작품’이라고 평해놓았다.
이 서책을 본 설성경 연세대교수(국문학)는 “임진왜란 이전의 한글 변천사 및 한시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