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보험 운전교습차량 "비켜 다쳐"…11대중 4대꼴

  • 입력 2000년 11월 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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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강서면허시험장 주변도로.

편도 2차선을 달리던 ‘D운전연수’소속 노란색 운전교습차가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자 뒤따르던 2, 3대의 승용차들이 놀라 급정거한다. 차선변경을 위해 백미러를 쳐다보던 여성 운전교습자가 속도를 줄이는 앞 화물차를 미처 보지 못해 일어난 급정거로 자칫 연쇄충돌이 빚어질 뻔한 순간이었다.

확인결과 이 교습차량은 보험 가입이 안돼 있었다.

▽무보험 교습차량 실태〓이날 이 일대에서 운행 중이던 교습차량 11대 중 4대가 경찰의 점검결과 무보험 차량으로 확인됐다.

최근 전국적으로 무보험 운전교습 차량이 크게 늘어 운전교습자들과 다른 일반차량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이들 무보험 운전교습차량은 인가된 운전교습학원에 소속된 차량이 아니라 소규모 렌터카 업체에 맡겨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렌터카 업체가 무등록 운전교습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전국 14곳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운전교습을 해주다 경찰에 적발된 기업형 운전교습소의 경우에도 60대의 차량 중 22대가 무보험 차량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무보험 차량을 운전하던 교습자가 인명사고라도 낼 경우 치료비를 부담해야 함은 물론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보험에 가입된 차인 줄 알았다’며 책임을 차량소유자에게 돌리려고 해도 긴 법정투쟁을 거쳐야 한다.

▽렌터카 업체의 편법교습〓이들 무등록 교습차량들의 교습행위는 렌터카 업체가 운전교습 강사들과 짜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차와 강사를 붙여주는 식으로 이뤄진다.

강사가 직접 빌려 운전교습을 할 경우 렌터카 영업행위에 해당,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 되지만 적발된 운전교습자가 “내가 운전연습을 위해 직접 차량을 빌렸고 강사에게 돈도 주지 않았다”고 하면 렌터카 업체도 강사도 모두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 것.

경찰의 단속이 주춤해지자 교습 강사들이 자신의 차를 렌터카 업체에 넘긴 후 손님을 받아 운전교습 영업을 하는 ‘지입 행위’도 늘고 있다.

단속 경찰관들은 “서류상으로는 교습자가 빌린 것으로 돼있어 불법 영업의 증거를 잡기 어렵고 불법 운전교습소 한 곳에 대한 관련 증거를 확보하는데도 10개월 이상 걸려 꾸준한 단속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 김용백(金容伯) 상임고문은 “이대로 둘 경우 무등록 교습소의 수가 점차 늘어나 정작 집중적인 단속에 들어가면 집단적 반발마저 우려된다”며 “무자격 강사와 무보험 교습에 대한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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