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열섬현상]영등포-청량리-강남 주변보다 '고온'

  • 입력 2000년 10월 29일 18시 24분


서울의 여러 지역 중 영등포 양천구, 동대문구 청량리, 서초 강남구 지역의 최저 기온이 주변보다 2∼3도 가량 높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기상연구소 국가지정연구실 오성남(吳成男)박사는 서울의 열섬(Heat island)현상 연구를 위해 지난해 24개 지점에 자동기상관측장치를 설치해 계절 및 시간별로 온도를 분석한 결과 이들 지역이 사계절 내내 다른 지역보다 높은 기온 분포를 보였다고 29일 밝혔다.

온도차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낮보다 밤에, 여름보다 겨울에 더 컸다. 이는 난방으로 인한 복사열 때문. 또 서울 북동부 외곽과 비교할 때 이들 지역의 기온은 최고 7도 가량 높았다.

▽콘크리트〓열섬현상의 가장 큰 요인은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다. 이 같은 인공물은 녹지에 비해 10배 이상 열을 머금는다. 서울에서 녹지가 가장 부족한 곳은 영등포구이며 ‘도시화율’은 동대문구가 87%로 가장 높다. 강남구는 도로가 넓어 통풍은 되지만 대형건물에서 냉난방시 뿜어 나오는 인공열이 문제다.

은평구 갈현동에서 강남 테헤란로로 출근하는 송주현(宋周炫·32·LG텔레콤)씨는 “녹지가 많은 집 근처에 비해 직장이 있는 강남구 테헤란로 일대는 공기가 확실히 후끈거린다”고 말했다.

▽가로막힌 바‘람〓서울에서는 북한산, 관악산, 남산을 중심으로 부는 산바람이 열기를 실어 나른다. 청량리는 도봉산의 바람을 산자락에 지어진 아파트가 가로막아 열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는 곳. 남산 주변 도심지는 최고의 도로 포장률에도 불구하고 산바람 덕택에 열섬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영등포구 문래동 K아파트 경비원 김모씨(57)는 “이곳은 산이 없어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적이 없다”며 “주민들도 공기가 덥고 찜찜하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대기오염〓오염물질은 태양열이 땅에 반사돼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에 열섬현상을 부추긴다. 이른바 ‘온실효과’다. 9월 서울시 일산화탄소 오염도는 영등포구 문래동이 1.4¤으로 서울시 평균 0.8¤에 비해 크게 높았다. 미세 먼지 오염도는 중랑구 면목동이 62㎍/㎥로 가장 높았다.

기상연구소 부경온연구원은 “영등포 지역은 공단의 오염물질이 많고 동대문 지역은 유동인구와 차량들로 미세 먼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대책〓건축기상학에서는 건물 한 채에 2.4배의 녹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서울시 면적의 49%는 시멘트로 덮여 있다. 독일 베를린은 34%에 불과하다. 녹지와 가로수를 조성해 열 용량을 낮춰야 한다. 건물 옥상의 녹지도 열섬현상 감소에 도움이 된다. 독일 등은 바람의 통로에 있는 건축물의 크기와 간격을 엄격히 제한한다. 서울시는 2001년까지 ‘기상 특성을 고려한 도시계획’을 마련해 바람 길 확보 방안을 세우기로 했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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