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0년 9월 26일 18시 5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여인은 하얀 허리띠 위로 연지빛 속고름을 길게 드리웠다. 남정네 애간장이 남김없이 졸아버리겠다. 옥색 치마는 위에 촘촘하게 잔주름을 넣었으나 점차 벌어져 풍성하니, 밑에 여러 층 겹쳐 입은 무지기가 허리 아래를 푸하게 버틴 것이다.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전체 매무새는 머리에 쓴 커다란 트레머리로 절묘한 균형을 되찾았다. 반지르르하게 윤기 흐르는 검은 머리칼과 그 옆에 나부끼는 자줏빛 댕기가 그림 속 여인을 살아 숨쉬게 한다. 그리고 치마 밑으로 살그머니 내민 외짝 버선발. 상큼하게 들린 버선코가 보는 이의 마음자락을 비집고 스며들 듯하다.
이 여인은 누구일까? 그 어떤 이를 위해서 옷고름을 푸는 걸까? 아니, 저 앞에 애시당초 사람은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엔 여염집 여인을 그리지 않았다. 그러니 주인공은 기생이리라. 하지만 얕잡아볼 일이 아니니, 저 음전한 자태를 눈여겨보라. 기생 하면 요즘은 술 따르고 몸 파는 여자를 떠올리겠지만 옛 기생의 격조란 사람 따라 천양지차(天壤之差)로 달랐다. 시문 서화 가무에서 예술의 절정에 오른 이가 있었는가 하면, 경전을 줄줄 외고 마상에서 활을 당겨 먼 과녁을 꿰뚫는 여장부가 있었다. 또 양반 아낙의 뺨을 칠 만한 굳은 절개를 간직한 기녀도 있었던 것이다.
오죽하면 선비 김려(金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