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를 벗고 '나'를 찾는다…남편-자식 위주 탈피

입력 2000-09-18 18:21수정 2009-09-2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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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국화가 아니어도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앉고 싶어질 때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추석도 지나고, 가을볕에 은행잎은 서서히 연해지기 시작하고.

‘주부’라는 직업에서 잠시 벗어나 ‘나’를 찾으려는 여성들을 만나봤다. 평소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아이들과 남편이 맘에 걸려 선뜻 사먹지 못했다는 이들 주부는 “나를 위해, 나 자신에게 투자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

19개월된 아이가 있는 김희진씨(30·보령메디앙스)는 이번 주말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놓고 어릴 때 친구 셋과 충주호로 1박2일 여행을 떠난다.

“식구들과 여행하는 건 살림의 연장이에요. 결혼한 뒤엔 친구들과 만나도 마음 편히 얘기하기도 힘들었는데 우리도 가족들로부터 해방돼 보고 싶었어요.”

김씨는 “아이들, 남편, 시댁 얘기말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얘기하자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을 되살리고 자기계발과 투자에 대한 의지도 다질 계획이다.

◇건강

“거울 앞에 앉기가 싫어지더라고요. 기미 잔주름이 눈에 띄고, 몸도 여기저기 아프고.” 김은옥씨(34·서울 서대문구 홍은동)는 두달 전 큰 마음먹고 안녕미용경락마사지(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경락마사지를 받아봤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 ‘이 돈이면 애들 옷 한 벌 사줄 수 있는데…’ 싶어 망설였지만 자기 자신에게도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다.

“눈밑의 기미가 없어졌어요. 몸도 시원해지니까 돈 아깝다는 생각이 쑥 들어가더라고요.”

◀경락마사지를 받고 있는 주부

김씨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생긴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서른이 넘으면서 ‘생긴 대로 살지’ 싶어 포기했던 많은 부분도 이제는 다시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번 주에 한번 더 경락마사지를 받겠다고 했다.

◇젊음

추석 전후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여서인지 머릿결이 푸석푸석해진 윤미경씨(40·서울 강남구 대치동). 20대만 해도 숱이 많고 머릿결 좋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집 앞에 있는 마샬헤어부띠크를 찾아 명지대 사회교육원 김연애교수(헤어디자인과)의 ‘헤어컨설팅’을 받았다.

“피부도 그렇지만 중년에 들어서면 한번 손상된 모발은 잘 회복되지 않습니다. 머릿결이 부스스해지는 조짐이 보이면 샴푸한 후 컨디셔너나 단백질이 함유된 트리트먼트제로 보호해주어야 해요.”

머리 손질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젊어 보이기도 하고 나이 들어 보이기도 한다는 지적. 머리 손질만으로도 어느 정도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셈이다.

◇꿈

채 돌이 지나지 않은 딸을 둔 이경희씨(29·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다음달 이탈리아정부 장학금을 받아 1년간 밀라노로 연주 유학을 떠난다. 성악을 전공한 그는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떠날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같이 공부한 친구들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아기 낳고 집에 있으니 나만 뒤지는 것 같아 안되겠더라고요. 내가 발전하고 행복해야 가족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냈지요.”

그는 “쉰살이 넘어 내게 성악을 배우는 선배 주부를 보며 되레 많은 걸 배운다”면서 “주부도 꿈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추구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순덕·조인직기자>yuri@donga.com

◇나에게 투자하는 7가지 제안

1)가사에서 벗어나 혼자 있는 시간 (오전10∼11시 등)을 정한다.

2)생활비에서 일정액을 나만을 위 한 용돈으로 떼어놓는다.

3)집 한쪽 구석에 ‘엄마의 책상’ ‘엄마의 공간’을 마련한다.

4)가계부 외에 따로 메모장을 장만 해 어린 시절의 꿈을 적어본다.

5)서점에 가서 아이들 책 외에 내 가 읽을 책을 한권 산다.

6)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사주고 스스로 격려한다.

7)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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