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독서]일벌레+모험+철편피, 맨손서 억만장자로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25분


이책은 빈손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세계 최대부자 14명의 경영철학과 성공전략을 분석한다. 단순히 부자들의 꿈이나 야망을 미화시킨 픽션이 아니다. 경영현장에서 돈을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부자들의 집념과 땀이 어린 성공전략을 사실 그대로 그린 책이다. 따라서 일반 사업가들이 현장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먼저 이 책은 부자들을 돈만 긁어모으는 사람들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업인들에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한 사회의 눈총에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부자들은 돈을 좋아하기보다는 돈을 추구하는 것을 좋아하다. 따라서 이들을 비방한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위안을 삼기 위한 시기일 뿐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이 책은 각 장에서 자수성가한 14명의 부자들의 특성을 부각시키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공통분모를 찾아낸다. 그러나 이 책은 부자들은 절대로 원리원칙대로 해서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부자가 되려면 창조적이고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하지만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의 경우 독창적인 아이디어보다는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상용화하고 시장을 선점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실제 빌게이츠를 부자로 만든 DOS는 디지털 리서치의 창시자인 게리 킬돌이 개발한 상품이다. 빌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미리 보고 DOS를 싸게 구입해서 상업적인 사업으로 발전시켜 성공한 것이다.

샘 월튼은 모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대표적 사업가이다. 카트를 밀고 다니며 쇼핑을 하는 것은 미네스타의 한 잡화점에서 이미 사용되던 방법이다. 샘 월튼은 이 방법을 모방하여 세계적인 창고형 할인마트점 월마트를 성공시켰다.

애틀랜틱 항공을 시작하여 부자가 된 리처드 브랜슨은 기존의 형식을 깨는 차별화 전략이 성공의 주요 요인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안에서 비디오, 라운지, 마사지와 매니큐어, 어린이 교사 등 엉뚱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성공을 일구어냈다.

이 책은 성공한 부자들이 도박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도박과 사업의 공통점을 소개한다. 둘 다 불확실성과 싸워야 하고 모험을 감수하는 도전을 해야만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얻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은 부자들은 경우에 따라서는 철면피가 되어 비도덕적인 행위를 한다고 주저 없이 밝힌다. 영향력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로비, 노조결성의 반대, 시장독점을 위한 인수 합병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이 책은 부자들에 대한 불변의 진리는 바로 일에 대한 즐거움이라고 역설한다. 그들에게는 돈보다는 일이 즐거웠으며 죽음을 바로 앞둔 날까지 모험을 한다고 결말을 짓는다.

IMF 위기 이후 우리는 약육강식의 시장경제가 거부할 수 없는 생존체제임을 확인하고 엄청난 가치혼란을 겪고 있다. 돈을 버는 것을 미덕으로 전제하고 성공한 부자들의 성공전략을 정직하게 묘사한 이 책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가를 부자들의 체취와 함께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흥미롭게 전달한다. 어차피 국제경쟁력을 기르고 돈을 벌어야 하는 우리에게 이 책은 그들의 성공전략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또 돈을 벌고 재산을 축적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잠재의식을 가진 우리 사회가 앞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발전시켜야 할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들은 그래서 부자가 되었다'/ 마틴 프리드슨 지음/ 김선희 옮김/ 롱셀러/ 392쪽, 1만2000원▼

이필상(고려대 경영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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