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원곡본동 동남아인의 메카로 변모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0분


경기 안산 원곡본동 일대 주택가가 동남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집단촌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지하철 4호선 안산역에서 원곡본동사무소 사이 약 300m의 거리와 주택가를 비롯해 원곡본동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동남아 외국인은 대략 3000여명. 원곡본동 인구 2만명 중 이들이 15%를 차지하고 있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노종남 사무국장(29)은 “유동인구까지 합치면 외국인이 5000여명은 넘을 것”이라며 “90년대 중반 전후로 한국인 노동자들이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에서 빠져 나가면서 이 곳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출퇴근하기 쉬운 안산으로 모여들며 자연스럽게 외국인촌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 곳에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식료품점과 식당 30여개가 성업 중이다. 이들 국가의 사람들이 가게를 운영하며 자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 중인 것. 향신료와 양고기, 생선, 야채 등 식료품 외에도 국제전화카드, 자국 인기 프로 비디오 등을 판매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가게는 고향소식과 서로 안부를 묻는 만남의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 곳 상점들은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은 물론 인천 남동공단 공장들에까지 식료품을 납품하고 있어 경기 서부, 인천지역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활 중심지로서의 기능도 하고 있다.

파키스탄 상점을 운영하는 아비드 알리 말리크(31)는 “가장 많이 팔리는 양고기를 비롯해 50여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며 “반월공단과 시화공단, 멀리는 인천 남동공단까지 차량으로 배달하는 것이 매출액의 9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식당과 오락실, 부동산업소, PC방에서도 이들은 빼놓을 수 없는 고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노래방에는 각 나라 노래가 준비돼 있고,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사라져버린 ‘인형뽑기 게임’이 외국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면서 ‘인형뽑기 가게’ 10여곳도 성업 중이다.

외국인들이 더 이상 이방인이 아닌 지역의 한 주체로서 자리잡기 위한 노력도 시작되고 있다. 7월부터는 외국인 대표 40여명이 참가해 이 일대 거리청소를 하고 있고, 안산시 축제에는 전통춤과 노래를 공연할 계획도 갖고 있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39)는 “서울의 이태원과 경기 북부의 동두천이 향락적 관광명소라면 이 곳은 동남아 외국인들의 생활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라며“ ‘국경없는 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해 다민족 문화가 살아 숨쉬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산〓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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