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라인] 데뷔 일주일된 신인가수 권보아 안티사이트

  • 입력 2000년 9월 1일 16시 25분


'음반이 나온지 일주일 된 신인 가수의 안티사이트?' 언뜻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 요즘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는 13세의 신인가수 권보아를 반대하는 안티사이트가 개설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안티보아' '크레이지 보아' '권보아 죽이기 협회' 등 9월1일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15개.

제목부터 섬뜻한 이 사이트들을 클릭하면 권보아의 가수활동을 비난하는 다양한 종류의 글이 가득하다. 그 중에 상당수는 "죽여버리겠다" "재수없다"며 차마 글로 옮기기 어려운 심한 욕설과 함께 인신공격을 하는 글들도 있다. 또 그녀의 데뷔 앨범을 홍보하는 TV CF를 고쳐 욕을 퍼붓는가 하면,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비난성 소문도 올라오고 있다. 안티사이트 외에 천리안이나 하이텔 같은 컴퓨터 통신의 연예게시판에서도 권보아를 비난하거나 욕하는 글은 쉽게 눈에 띤다.

물론 연예인에게 이러한 안티사이트가 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의 그룹으로 인기가 높은 HOT의 안티사이트는 팬사이트 못지않게 사이버공간에서 유명하다. 그 외에 10대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들중 상당수가 인기와 비례해 그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결성한 안티사이트가 있다.

하지만 권보아의 안티사이트가 이채로운 것은 그녀가 지난 달 25일 데뷔앨범을 발표하고 활동을 시작한 신인가수라는 점 때문이다. 아직 음반이 나온지 한 달도 채 안된 13살의 신인이 공식활동을 하기 전부터 인터넷과 컴퓨터 통신에서 이처럼 '뜨겁게' 안티들의 환영(?)을 받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녀가 이렇게 강력한 반대세력을 갖게 된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안티사이트가 왜 등장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근거는 그녀가 HOT, 신화, 플라이투더 스카이, SES가 속해 있는 SM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 배출한 가수라는 점.

안티사이트와 컴퓨터 통신에 올라온 글을 보면 상당수의 네티즌들이 그녀가 '포스트 HOT'의 포석을 두고 SM엔터테인먼트에서 준비한 가수라고 믿고 있다. 심지어 그녀가 가요계에서 성공하면 HOT가 해산된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소수의 열성 HOT 팬들이 그녀의 가요계 성공을 막기 위해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도 하지만, 이 역시 확실하게 근거가 밝혀진 것은 없다.

안티사이트는 인터넷의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여론의 민주화를 나타내는 상징중 하나이다. 다양한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 등을 통해 사이버 공간의 여론은 균형감각을 갖게 된다. 그런 점에서 안티사이트는 인터넷의 가치를 증명하는 소중한 공간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극소수 네티즌들이 뚜렷한 근거없이 인신공격과 욕설을 퍼붓거나, 출처나 근거가 명확치 않은 소문을 날조하고 가수의 이름을 빙자해 허위 글을 올리는 것은 오히려 건전한 다른 안티사이트들의 활동마저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김재범 <동아닷컴 기자>oldfield@donga.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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