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장" 無人러브호텔 우후죽순…분당신도시 성업

  • 입력 2000년 8월 29일 18시 44분


28일 오후 2시경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백궁역 인근에 위치한 J무인러브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객실 내부 사진이 담긴 안내판이 걸려 있다.

물침대, 밖에서 볼 수 있는 샤워실, 2인용 욕탕, 인터넷, 3색 조명 등 안내판을 보면 객실을 특징을 바로 알 수 있다.

폭우에도 불구하고 30개방 중 특실 2개를 제외하고는 ‘빈방’임을 나타내는 불빛은 모두 꺼져있고 중형승용차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미성년자도 자유출입▼

최근 주민들의 러브호텔 신축 반대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당신도시 백궁역 일대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일본식 러브호텔’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일본식 러브호텔은 일반 러브호텔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용자를 누구도 볼 수 없게 완전 무인 자동시스템을 도입한 호텔들이다. 출입구를 아무도 지키지 않기 때문에 6만원 안팎의 숙박료만 있으면 미성년자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

무인호텔들은 ‘보안’도 철저하다. 안내판에서 맘에 드는 방 버튼을 누른 뒤 엘리베이터를 타고 해당층에 이르면 선택한 방문 위의 유도등이 깜박인다.

방번호만 누르면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낯선 이들과 마주칠 일은 애시당초 없게 돼있는 셈. 방안으로 들어가면 문이 저절로 잠긴다. 나올 때는 방안 벽에 붙은 정산기에 지폐를 넣고 거스름돈과 명세표를 받고 나서야 문이 열린다. 방마다 노래방 기기에 인터넷까지 설치돼 있으며 수중안마기와 거품물결 2인탕이 있는 욕실도 있다.

분당에 새로이 등장한 ‘러브호텔촌’은 지하철 3호선 백궁역과 상록마을 느티마을 아파트촌을 비롯, 정자중고교 신기초등학교와 직선거리로 100m도 채 안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다.

2월 J호텔이 이 곳에 처음 문을 연 이래 일본식 자동 러브호텔은 현재 2곳이 운영중이다. 일반 러브호텔은 5월에 L, N호텔, 6, 7월에는 N, K, R호텔 등이 잇달아 오픈해 현재 6곳이 성업 중이다.

▼부산-대전등지로 확산▼

철골공사가 한창인 바로 옆 5곳의 공사장도 모델하우스 신축 1곳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2, 3개월 뒤 개관할 러브호텔 부지. 이중 2, 3개는 무인호텔로 지어질 것이라는 게 이 곳 공사장 관계자들의 말.

무인호텔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 J호텔측은 “서울 강남과 부산 대전 등지에도 곧 무인 호텔이 들어선다”며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익명의 섬으로 숨어들어 편히 쉬려는 사람들을 위한 재충전 레저호텔로 이해해 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인근 상록마을 우성아파트 주민 정미선(鄭美善·여·40)씨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침해당한 신도시 주민들이 합심해 러브호텔 신축을 반대하고 있는 데 러브호텔들이 오히려 최첨단 시설로 업그레이드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또 분당 서현동에 사는 유명오(柳銘梧·26·서강대 신방4)씨는 “늦은 저녁시간에 무인호텔 근처를 서성이는 청소년들을 흔히 볼 수있다”고 말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러브호텔이 들어서는 정자2, 3지구는 4월 업무 상업용지에서 주택지로 용도변경되지 않은 예외지역 2만평만을 대상으로 숙박업 허가를 내준 것”이라며 “현재로선 러브호텔이 들어서는걸 막을 법규가 부족하지만 최대한 신축허가를 막을 고 벤처빌딩 등의 건립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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