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솔로 트래블러/'영화같은 삶의 풍경들'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51분


□솔로 트래블러/ 김영혜/ 효형출판/237쪽 7000원

‘영화처럼 읽히는 소설’.

영화평론가 겸 감독이 선보인 작품에는 ‘키노 로망’(Kino Roman)이란 낯선 명패가 붙어있다. 영화의 산문판격인 장르로 러시아나 폴란드 등 동구권에서는 익숙한 양식이다. 타르코프스키 감독의 ‘안드레이 류블료프’ 같은 영화가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김씨는 ‘눈 앞에서 춤추는 이미지들과 속삭이며 들려오는 말들을 종이 위에 옮기기에 가장 적합한 글쓰기 ’라고 말했다.

런던에 혼자 사는 30대 초반의 한국 여성이 북해 바다를 찾아간다. 커다란 고래가 유영하는 그림엽서를 보고 무작정 배낭을 꾸렸다. 그녀는 길 위에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어두운 방에 붙박이가 된 젊은 여성, 그리움에 절은 노인과 권태에 찌든 중년남성,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쓸쓸한 선원…. 모두가 삶의 어딘가가 부서진 이들이다. 쓸쓸한 삶의 풍경이 빔 벤더스 감독의 로드 무비를 연상시킨다.

내면의 여정을 이끄는 문장의 호흡은 무척 짧다. 카메라의 시선처럼 묘사나 설명 대신 행동과 대사로 정황과 심리를 끌어내려 한다. 작가가 여행하면서 찍은 이미지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김씨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국립영화학교(NFTS) 영화연출과를 졸업했다. 단편영화 여러 편이 호평을 받았고 현재는 장편영화 데뷔를 위해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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