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어느 벤처투자가의 고백'

  • 입력 2000년 8월 18일 18시 38분


영원한 승자가 없듯 영원한 성공도 없다. ‘묻지마 투자’가 풀무질한 ‘벤처 거품’이 여기저기서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성공보다 실패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 경구를 되새길 때다.

20여년간 벤처기업을 키워온 ‘어느 벤처투자가의 고백’은 좋은 참고점을 제시한다. ‘기업가는 확실한 경쟁력이 있는 사업내용을 갖고 있고, 투자가는 사업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만 성공을 거둔다’.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말씀이지만 구체적인 경험에서 퍼올려져 울림이 크다. 저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메리카온라인(AOL) 등의 기업공개에 참여한 노련한 투자분석가.

저자는 벤처 성공의 핵심으로 기업과 투자자의 ‘시너지’를 꼽는다. 말을 비틀자면 ‘거품’은 자력갱생을 등한시한 벤처기업과 단기이익에 눈 먼 벤처투자자의 ‘잘못된 만남’에서 온다는 뜻이다.

먼저 창업자에게는 사업이 너무 복잡한지, 꼭 필요한 것인지 점검하길 권한다. 이를 판단하는 방법으로 ‘엘리베이터 설명 시험’을 든다. 사업과 기술에 문외한인 사람에게 엘리베이터가 한 층 올라가는 동안 사업의 내용을 모두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초보 사업가가 저지르기 쉬운 실수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고 있다. ‘적절하지 못한 사람을 중요한 자리에 채용한다’ ‘위험을 줄이려고 작게 생각한다’ ‘경쟁을 과소평가한다’ 등등. 또한 ‘무작정 돈을 버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대한 과오라고 지적한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명쾌한 입장을 보여준다. ‘특허권은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1달러를 95센트에 파는 수익모델은 성공할 수 없다’ ‘창의적 모델은 반드시 보상받는다’ ‘탄탄한 판매모델을 구축하라’.

하지만 어디 말처럼 쉬운가. 벤처투자의 베테랑인 저자도 시장 초기에는 ‘될성 부른 떡잎’을 알아보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광고와 추진력, 군중심리가 시장에서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90년 저자가 몸담았던 투자회사가 사업성이 별로 없겠다며 AOL의 기업공개를 거부할 뻔했던 일을 들고 있다. 현재 시장가치 1700억달러, 연수입 26억달러의 공룡으로 급성장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인터넷 시장에 대해 나름의 전망을 피력한다. 인터넷은 ‘혁명적인 패러다임의 변화’이며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히트 상품’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따라서 ‘신중하고 사려깊은 기업가보다 용감하게 돌진하는 이에게 일확천금의 기회가 있다’. 시장이 다소 침체된 것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볼 때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판단한다. 벤처기업가들은 오직 ‘급격히 성장하는 표적을 향해, 이윤이 아니라 급격한 성장과 시장점유율에 초점을 맞출 것’을 권고한다. 한동호·이현석 옮김. 280쪽 9000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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