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등 中고구려유적 답사 "장수왕릉 멋져요"

  • 입력 2000년 8월 3일 19시 12분


“우리 조상이 이렇게 넓은 곳에서 살았다니 정말 자랑스럽다.그런데 우리나라 땅이었던 곳을 왜 지금은 여권을 들고 손님처럼 가야 하는가.”

“장수왕릉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더 멋있다. 이렇게 무거운 돌을 어떻게 쌓아 올렸을까.”

초등학생 10명이 가족과 함께 고구려 유적을 찾아 중국 동북지역 5만리 길을 여행하고 돌아와 쓴 기행문의 구절들이다.

이들은 지난달 23일부터 7박8일간 사단법인 고구려연구회(이사장 서길수·徐吉洙서경대 교수)가 주최한 고구려 유적 학술답사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처음 방문한 유적지는 고구려의 첫 수도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 환런(桓仁)현. 이들은 고구려 시조인 동명왕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군무덤과 초기 산성인 오녀산성을 보며 잠시 만주벌을 달리던 선조의 말발굽 소리를 듣는 듯한 감격에 젖었다.

선양시 한인협회가 오녀산성 앞에 동명왕 고주몽(高朱蒙)의 동상 건립을 추진중이라는 소식이 들렸다. 한국과 중국에 살고 있는 고씨 후손들 가운데 고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할 당시의 나이인 22세 젊은이들의 얼굴을 컴퓨터로 합성해 추정한 고주몽의 모습을 동상에 담는다는 것.

두번째 답사지는 고구려의 두번째 수도인 지린(吉林)성 지안(集安)시. 국내성을 비롯해 중요한 고구려 유적들이 즐비한 곳이다.

3층 건물에 견줄 만한 6m39 높이의 광개토대왕비, 동아시아의 피라미드인 장수왕릉, 1500년간의 비바람에도 선명한 색채를 자랑하는 다섯 무덤(왕릉으로 추정됨)의 벽화 등 오랜 세월을 견딘 유적들의 의연한 모습에 참가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들은 고구려의 천제(天祭)인 ‘동맹’을 올리던 국동대혈(國東大穴), 국내성과 함께 고구려 수도였던 환도산성, 채석장터 등지를 거쳐 백두산 압록강 두만강을 돌아봤다.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과 답사에 참가한 주부 노정란(盧貞¤·35·서울 노원구 상계동)씨는 “반도사관에 젖어 있는 아이에게 새로운 역사의식을 심어 준 유익한 여행이었다”며 “소중한 유적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듯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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