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관악구청, 미술관 신축 싸고 2년째 입씨름

  • 입력 2000년 7월 24일 18시 36분


서울대 미술관 신축건립을 둘러싸고 대학측과 건축허가를 맡고 있는 서울 관악구청측의 갈등이 2년여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는 교문밖에서 봉천동으로 넘어가는 길가 쪽 대학구내 언덕을 일부 허물고 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계획 아래 세계적인 건축가 램쿨하스에 의뢰, 설계까지 마쳤다. 구청측은 서울대의 신청부지가 언덕을 양분하므로 동편 교수종합 연구동과 방사성 동위원소 폐기물보관소 방향으로 40m가량 옮기도록 통보했다.

대학측은 부지를 옮길 경우 △수목의 질이 뛰어나 보존가치가 높은 백송 적송 등이 훼손되고 △건물 사이 공간이 협소해 혐오공간화할 가능성이 크고 △사유지 일부를 사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현재 신청부지에서 건축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대학측은 구청측이 입장을 굽힐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급기야 5월 절차를 무시하고 신청부지의 잡목 240그루를 베어냈으나 구청의 고발조치 압력에 6월 풀씨를 파종하고 녹생토 공사를 했다.

이종상 서울대박물관장(동양화과 교수)은 “미술관은 고인돌처럼 건물의 중심부가 6m이상 공중에 떠 있는 자연친화적인 건물로 설계돼 있다”면서 “구청측이 나무의 일시적인 부분이식을 산림훼손으로 침소봉대해 시공을 2년 동안 지연시키는 처사는 비문화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교수는 지건길 국립중앙박물관장,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미술관련 주요단체장 20명으로부터 미술관 건립허용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관악구청 최병인 건축과장은 이에 대해 “산림훼손은 2, 3년 지나면 원상대로 복구되는 것”이라며 “문제는 단순한 산림훼손이 아니라 언덕을 양분함으로써 언덕의 형태 자체를 훼손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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