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수학 속의 인간, 인간 속의 수학

  • 입력 2000년 7월 21일 19시 07분


■ 수학의 역사(상·하)

칼 보이어, 유타 메르츠바흐 지음/경문사

지금부터 2400년 전, 플라톤은 동굴의 우화에서 수학만이 영혼의 눈이 멀고 타락한 인간을 다시 일깨워 동굴의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수학을 통해서 이상 사회를 건설하고자한 위대한 철학자의 염원은 ‘이데아’의 세계를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성적 도전을 통해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일구어 온 수학의 역사를 통해 구현되고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수학의 역사’는 인간이 이성의 찬란한 금자탑을 쌓아 가는 과정을 1000여쪽의 방대한 자료를 이용하여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바빌로니아와 이집트의 실용적 수학에서 연역 수학을 꽃피운 그리스 시대까지, 중세 암흑기와 르네상스를 거쳐 수학적 기호를 발명함으로써 근대 수학의 막을 연 비에트의 16세기까지, 그리고 해석기하와 미적분의 발명을 통해 수학의 찬란한 영광을 들어낸 17세기 이후 20세기까지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각 단계에서, 이 책은 인간의 삶의 과정에서 태동되고 삶에서 벗어나(탈상황화) 추상적 대상이 되고 이것이 다시 우리의 삶 속에 응용되고 반추되어, 영속성을 지닌 보편적인 진리로서 자리 매김 되어지는 수학화의 과정이 인간의 역사를 이끄는 유일한 메카니즘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수학이 지극히 인간적인 학문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수학이 외형적으로는 참인 명제만을 다루는 논리적인 학문이지만 그 명제를 만들어 내는 수학적 활동은 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을 거친다는 점을 진솔하게 서술하고 있다.

결국, 위대한 천재조차도 보통 사람들과 같은 숱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인간적인 측면을 도외시하고, 과정보다 화석화된 결과만을 강조하면서 공식을 외우고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현재의 학교 수학의 취약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일깨워준다는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 교육에 있어 지침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 자체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 매 장마다 각 시대의 학문적 고민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엮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있어서도 귀중한 방향타 구실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은 특히 지금까지 소개된 수학사에서 빠져있거나 소홀히 다루어진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함수나 미적분의 발달에서 오렘이 차지하는 역사적 위치나 해석학의 정립에 기여한 17세기말의 필립 드 라일, 게오르크 모어, 프란스 스호텐 등의 업적이 그 예들이다.

특히, 수학사에서 아라비아인들의 창조적 역할을 부각시킨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본다. 우리도 ‘준수한’ 수학사를 가지게 된 점을 축하하면서 독자들이 수학으로 인간의 이상향을 건설하고자 한 플라톤의 혜안이 인간의 삶을 안내하는 찬란한 등불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양영오 조윤동 옮김. 상하권 총 1081쪽, 각 2만5000원.

류희찬(한국교원대교수·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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