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20세기 중동을 움직인 50인'

  • 입력 2000년 7월 14일 18시 41분


▼손주영 외 지음/가람기획/ 452쪽 1만2000원▼

전세계의 기름 공급지인 동시에 테러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중동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중동을 다스리면 세계를 다스린다’는 말은 어느 시대에도 통한다. 중동은 기독교 이슬람교 이슬람교 및 고대 이집트 문명, 메소포타미아 문명, 페르시아 문명의 발상지였고, 이집트의 파라오 제국, 아시리아 제국, 페르시아 제국, 로마 제국, 비잔틴 제국, 아랍―이슬람 제국, 오스만 제국 등이 모두 이 지역을 다스리면서 제국의 힘을 키웠다. 20세기에도 중동은 언제나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의 중동 전문학자들이 20세기에 중동을 이끌어 온 인물 50명을 분석한 이 책은 낯설고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중동을 올바르게 이해하게 해준다.

테러와 반평화의 상징처럼 꼽히는 리비아의 지도자 가다피. 그러나 아랍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가다피는 서구의 모델을 따르지 않고 아랍인의 이상향을 만들어 가는 리비아의 영웅이다. 그에게 서구적 기준을 보편으로 삼는 문화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종교와 관습을 떠나 제정된 법은 비논리적이며 무효다. 그는 윤리적이고 성실한 사람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서구적 혹은 물질중심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차 있다고 비판한다.

가다피가 정치적 지도자로서 아랍인들 속에서 서구와 맞선다면,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구의 한 복판에서 서구의 시각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는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에서 문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지적하며 아랍인들을 천시하고 적대시하는 서구중심적 사고를 비판한다. 그의 목표는 이슬람과 아랍인에 대한 서구중심적 고정관념의 허구성을 파헤쳐 바로잡는 것이다.

아랍 통합의 영웅 나세르, 세계 평화의 메신저 부트로스 갈리, 팔레스타인의 저항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 영혼의 예언자 칼리 지브란 등. 이 책에서 다루는 50인에는 정치 종교 사상 문학 예술 등 전 분야에서 중동을 이끌어 온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 452쪽 1만2000원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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