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약사 '귀하신 몸'…대형약국서 스카우트 경쟁

  • 입력 2000년 7월 12일 18시 51분


코멘트
서울 송파구 모 종합병원 약제과장은 최근 매일이다시피 인근 약국의 책임약사들로부터 “병원에서 내보낼 약사들을 소개해달라”는 전화요청을 받고 있다.

그는 또 “약국마다 8월까지 병원에서 나갈 약사들을 개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놓았다.

대전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김모약사(38)는 “얼마 전에 경력 3년차인 병원 약사를 월 250만원 주기로 하고 고용했다”며 “지방 일부약국에선 경력에 따라 월 300만원까지 주고 스카우트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보수는 병원에서 받던 보수에 비해 50만원 이상 높은 수준.

의약분업 이후 병원 소속 약사들이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의약분업과 함께 등장한 대형약국들이 병원 약제시스템에 정통한 병원 약사들을 ‘모시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K약국의 김모약사(40)는 “병원 약사들은 진료에서 처방까지의 흐름을 잘 알고 있어 의사 처방전에 대한 이해가 깊고 병원에서 실제로 쓰이는 의약품이 어떤 것인지도 파악하고 있다”며 “의약분업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스카우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병원 약사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우선 오후 6시쯤 퇴근하던 병원 약사들은 오후 10시를 넘어서까지 일해야 하는 동네 약국의 근무조건이 부담스럽다.

또 자신이 병원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다 없어지는 2, 3년 후에는 약국을 떠도는 ‘뜨내기 약사’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갖고 있다. 이달 안에 종합병원에서 나와 동네 약국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라는 김모 약사(33·여)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것과 비슷해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대형약국을 열기에는 돈도 용기도 없다”고 말했다. 대한병원약사회 손현아(孫賢兒)사무국장은 “병원 약사들에 대한 과잉수요는 곧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이들이 병원과 동네 약국간의 업무를 조율하는 중간자의 역할을 수행해 의약분업의 조기 정착에 한몫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