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마농 레스코' 8일부터 국립극장 공연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19분


하프와 바이올린 고음의 헤매는 듯한 피아니시모. 잡을 수 없는 꿈을 향해 손을 뻗는 듯. 그러나 다음 순간 운명의 발자국처럼 난폭하게 쿵쾅대는 저음. “혼자, 잊혀지고, 버려졌다. 이 광막한 벌판 한가운데 외로이….”

푸치니의 오페라 ‘마농 레스코’ 마지막 4막, 주인공 마농의 아리아 시작부분. 그 짧은 몇마디에는 푸치니 일생을 규정하는 모든 요소가 들어있다. 덧없이 부유하는 그리움의 내면묘사가 있고, 무서운 운명의 발길질 앞에 절망하는 인간의 비통함이 깊이있게 그려진다.

푸치니 세 번째 오페라이자 그를 대작곡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출세작 ‘마농 레스코’가 공연된다. 올해 초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한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박수길)이 새 각오로 준비하는 대작이다. 8,9일 오후7시반, 10일 오후3시 7시, 11일 오후4시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옛 대극장).

수녀가 되기 위해 수녀원으로 향하던 마농. 미남 데그뤼와 마음이 맞아 수녀원 대신 사랑의 도피행을 펼치지만, 늙은 부자 제론테의 마수에 걸려 둘은 미국의 황무지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지난해 윤이상 오페라 ‘심청’ 반주로 격찬을 받은 최승한 지휘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담당하고, 마농 역에는 소프라노 이규도 김향란 김은주, 데그뤼 역에 김영환 이현 이동현이 출연한다. 98년 예술의전당 ‘라보엠’으로 주목받은 젊은 연출가 이소영이 연출을 맡았다. 1만∼6만원. 02-586-5282 (국립오페라단)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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