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청안청락하십니까?'

  • 입력 2000년 5월 9일 10시 07분


▼'청안청락(淸安淸樂) 하십니까?' 도법스님 지음/동아일보사 펴냄/261쪽 7000원▼

이 책은 지리산 실상사 주지인 도법스님이 전해주는 생명 이야기다. 98년 실상사 소유의 땅 3만평을 내놓고 귀농전문학교를 세워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도법스님. 종단의 높은 자리도 마다한 채 생명운동에서 희망의 대안을 찾고 있다.

글 전편에 잔잔히 깔려 있는 것은 스님의 무욕(無慾)이다. 그 무욕은 자신을 버리고 온생명을 끌어안고자 함이다.

“감자를 감자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해와 달, 흙과 물, 똥과 오줌, 굼벵이와 미생물이 아니면 감자는 살지 못한다. 하늘과 땅, 바람과 물이 없으면 감자는 자라지 못한다. 사람의 삶도 예외가 아니다. 천지만물이 없으면 인간의 목숨도 없다. 이웃이 없으면 나의 삶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싸우고 죽여야 할 대상은 어디에도 없다.”

생명에 대한 스님의 진지한 성찰이 가슴 저미게 다가온다. 온갖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스님은 이렇게 묻는다.

“그동안 청안청락하셨습니까?”

부처님 오신 날, ‘청안청락’의 진정한 의미를 곰곰 되새겨볼 일이다.

이광표<동아일보 문화부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