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씨랜드 유가족, 눈물의 편지모음집 펴내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06분


“해마다 이맘때면 ‘선물을 사달라’며 조르던 아이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지난해 6월 씨랜드 화재참사로 어린 자녀들을 비명에 보낸 유가족들이 어느해보다 회한어린 어린이날을 맞았다. 개나리를 볼 때마다 꽃이름을 묻던 아이 생각에 목이 메인다는 선교 어머니, 새 신발을 사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에 걸린다는 쌍둥이 가현 나현 자매의 어머니…. 자식들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당국의 외면 속에 ‘외로운 투쟁’을 벌이기를 10여개월째.

이런 노력도 헛되이 씨랜드 관계자들이 하나둘씩 보석으로 풀려나는 것을 보면서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깊은 절망감에 몸을 떨어야 했다. 지난달 화재원인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수사 진행상황 등을 담은 ‘백서’를 발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검찰 등에 보냈지만 답변이 온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유가족들은 “지금도 숨진 자식들이 ‘엄마 아빠’라고 부르며 대문을 열고 뛰어올 것만 같다”며 “자녀들의 죽음이 세월 속에 묻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숨지었다.

한편 유가족들은 최근 사고 1주기를 앞두고 하늘나라로 간 19명 자녀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묶은 ‘이제는 해가 솟는 세상에서 살아라’(넥서스 출판사)를 펴냈다. 이 책에는 화마(火魔)에 숨진 어린 천사들을 그리워하는 가족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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