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창업지원 연구센터 배명진교수 "현장원음 감쪽재현"

  • 입력 2000년 4월 25일 19시 49분


그의 하루는 소리에서 시작해 소리로 끝난다. 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전화 통화를 할 때도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에 의지해 상대방의 나이 개성 건강상태까지 감을 잡는다. 그리고 새로운 소리를 개발한다. 요즘엔 우리 소리 재현에 더 관심이 많다.

숭실대 창업지원연구센터의 배명진교수(45·소리공학). 그가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 소리 재현 관광상품 개발에 이어 최근 사물놀이 소리를 재현한 관광상품을 만들었다.

네 개의 인형이 사물놀이를 연주하면 징 꽹가리 장고 북소리가 울려퍼지고 인형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옆에서 또다른 인형이 태평소를 불어 제낀다. 사물놀이 현장의 소리 그대로다. 제대로 된 소리다. 조야하게 소리를 내는 뻔한 장난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소리는 녹음한 것이 아니다. 배교수가 원음과 똑같게 직접 만든 소리다. 지난해 만들어 히트하고 있는 성덕대왕신종 관광상품도 마찬가지다. 이 상품은 6개월간 1만개가 팔려나갔다.

“실제로 에밀레종소리를 들으면 완전한 소리를 듣기가 어렵습니다. 기상상태가 나쁘거나잡음이 있으면 정수를 감상할 수 없으니까요. 녹음해 틀어주는 것도 비슷합니다. 저는 에밀레종소리의 여러 특징을 분석해 재현했습니다. 실제 보다 원음에 더 가까운 소리라고 자신합니다. 이번 사물놀이 소리도CD만큼 음질이 좋습니다.”

소리 재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작은 스피커로 웅장한 소리는 내는 것이었다.

소리에 매달린 지 18년째. 그러나 92년 그는 성덕대왕신종소리에 관한 논문 하나를 발견하곤 눈이 번쩍 뜨였다.

“세계의 종소리를 비교한 글이었어요. 중국종은 60점, 에밀레종은 83점…. 에밀레종이 세계 최고였어요. 놀랐습니다. 그렇게 좋은 종소리가 우리에게 있다니.”

94년 미국에 갔다가 소리 관광상품을 발견하고 성덕대왕신종소리를 재현한 관광상품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지난해엔 영상도 보여주고 성덕대왕신종소리도 내는 전자대종도 만들고 목소리를 담아 전할 수 있는 카드까지도 만들었다.

배교수의 야심은 예수의 목소리를 재현하는 것이다.

“예수의 몸을 덮었던 성의를 X선으로 투시해 핏자국 등을 검사해보고 키나 몸무게 등을 조사해보면 예수의 신체적 조건이나 특징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거기까지 이뤄진다면 예수의 목소리 재현이 그렇게 불가능한 건 아니죠. 제가 해보겠습니다. 세계최초로….”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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