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붐타고 주부도예가 인기… "주부가 만든 그릇은 편해요"

  • 입력 2000년 3월 19일 19시 59분


‘주부가 만들면 달라요.’

중산층 주부들 사이에 그릇 수집 붐이 일면서 주부 도예작가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릇전문 브랜드에 작품을 내놓는 주부작가는 대략 100여명. ‘핸드 앤 마인드-소반’(서울 양천구 목동·02-6678-3403)과 ‘우리그릇 려’(서울 강남구 신사동·02-549-7573)는 그릇에 작가의 이름을 붙여놓고 전시 판매하며 서미홈(서울 종로구 사간동·02-720-5001)에서는 이름 대신 도장이나 사인만으로 작가를 표시한다.

작가 이름이 써있든 안써있든 고객들은 주부작가의 작품이 어떤 것인지 단박에 안다. 살림 경험을 살려 만들었기 때문에 주부들의 손에 쏙 잡히는, 쓰기 좋고 편안한 그릇들을 내놓기 때문이다.

‘서미홈’의 인기작가 장진교수(경희대 도예과)는 “살림하면서 무겁고 둔한 그릇에 짜증을 낸 경험이 있어 내가 그릇을 만들 땐 주부들의 손이 즐겁도록 얇고 고운 선이 나오도록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작품을 만들다보면 자꾸 조형미를 넣으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저 역시 살림을 사는 주부이니 ‘그릇은 그릇이어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지요.”

‘핸드 앤 마인드-소반’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이강유씨(42·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말.

성미경씨(34·경기 일산신도시)는 ‘이유있는 조형성’을 추구한다. 커피를 마실 때 액체가 흐르지 않게 입술 닿는 부분을 얄팍하게 하고, 물이 끓을 때 넘치지 않도록 주전자의 주구를 좁게 만드는 등.

임미강교수(충남대 도예과)는 자신의 아침식사와 점심식사 메뉴를 담을 그릇들을 작품으로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침식사용 그릇은 토스트를 담는 사각접시와 에그컵, 요구르트와 과일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밥공기로 돼 있고 점심식사용은 국수를 담을 수 있는 볼과 간장종지, 물컵으로 구성돼 있다.

임씨는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으로 주부들에게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같은 주부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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