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가 본 '극과 극' 패션]강북주부 기품-강남선 지성

  • 입력 2000년 3월 16일 19시 35분


디자이너 S씨는 최근 놀라운 경험을 했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두 달만에 6000만원 어치가 팔려나간 중년 여성용 수트가 같은 기간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는 20여벌만 팔리는 ‘극과 극’을 목격한 것이다. S씨는 이후 강남북 별로 공급하는 옷의 스타일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

30대 후반∼50대 초반의 여성들이 입는 이른바 ‘마담복’의 경우 강남북에 따라 선호되는 스타일이 크게 다르다. 주부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소자녀 갖기로 자기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자신만의 개성적 스타일을 추구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강북은 강북끼리 강남은 강남끼리 획일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유는 주부들이 백화점 문화센터 등을 통해 더많은 모임과 교류를 가짐에 따라 자신을 남과 끊임없이 비교하기 때문이다. ‘대세’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 가까이 접하는 사람들이 입는 스타일이나 브랜드를 공유함으로써 심리적 안도감을 느낀다는 것.

강남북의 마담복은 어떻게 다를까. 패션전문 코디네이터 서영희씨가 서울 강북의 평창동, 성북동에서 유행하는 스타일과 강남의 압구정동 청담동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을 비교했다.

▽강북〓트래디셔널한 계열. 색감이 화려하고 구슬이나 꽃무늬, 옷깃을 따라 블레이드를 붙이는 것 등 장식이 많고 우아하다. 어깨선이 딱 떨어지고 주머니 선도 확연해 빈틈없는 느낌을 준다.

블라우스는 좋은 소재임이 한눈에 드러나는 광택나는 실크가 인기. 금실 은실을 써 문양을 내거나 단추에도 금색 은색을 사용해 보석과 같은 화려함을 강조한다. 여성적이면서도 기품있고 무거운 느낌. 바지는 통이 넓으며 치마는 볼륨이 강조돼 부풀려졌다.

‘특별한 외출’을 연상케하는 예복 분위기로 이광희 이원재 라스포사 등 브랜드가 이 계열.

▽강남〓트렌디한 계열. 트리밍이 절제되고 장식성이 적어 심플하다. 기품있다기 보다는 깨끗하고 지성적인 느낌. 광택을 피한다. 라인이 딱 떨어지는 대신 부드러워서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는 것에 중점. 바지와 치마의 폭이 상대적으로 좁으나 몸의 군살을 감안하지 못해 불쾌함을 주는 경우도 간혹 있다. 상하의가 같은색인 모노톤을 선호.

캘빈클라인 질샌더 프라다 지춘희 등 브랜드가 이 계열.

마담복에 대해 서씨는 강북을 ‘스타일의 통일’로 강남을 ‘브랜드의 통일’로 각각 규정했다. 강북은 브랜드는 각기 달라도 비슷한 외형을 추구하는데 반해 강남은 주변 사람들이 많이 입는 브랜드를 구입한다는 설명.

‘마담복’에는 적절한 헤어스타일이 있다. 간결한 강남 스타일에는 어깨선에서 끝나는 단발 생머리가 어울리고, 화려한 강북 스타일에는 방금 세팅한 듯 굵은 웨이브의 물결치는 머리가 어울린다. 다만 웨이브있는 머리는 인상을 부드럽게 해 카리스마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로치 중 한가지만 착용하는 것이 센스있는 선택.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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