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2000]제주도, 펜션하우스+렌터카

  • 입력 2000년 3월 15일 19시 21분


《여행이란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두사람이 사랑을 통해 가정이라는 새 세상을 만드는 결혼도 알고 보면 또 다른 인생여행 아닌가. 그러기에 신혼여행은 특별하다. 둘만의 여행, 둘이 함께 떠나는 여행. 새 인생여로를 장식할 첫 여행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 좋은 여행지, 그 곳을 찾아 떠나는 레저페이지의 ‘허니문 2000’. 국내외 5곳을 소개한다.》

제주도의 해안도로를 달려 보자. 현무암 바위가 절벽을 이루고 검은 호박돌이 밭을 이룬 새까만 해안. 들고 나는 파도에 젖다 마르는 까만 돌로 다양한 톤의 무채색을 보여주는 해안에서는 구멍 숭숭 뚫린 까만 돌과 하얗게 이는 파도의 포말이 이루는 흑백의 조화가 절묘하다.

제주 어디에서고 보이는 바다. 그러나 해안도로에서 만나는 바다는 좀 더 특별하다. 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돌멩이에 부딛혀 깨지는 파도소리,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질러대는 갈매기떼의 울음소리, 바다을 뒤엎을 만큼 세찬 바람이 바다와 돌에 부딛혀 나는 소리. 그 소리에서 치열함이 느껴진다. 덩달아 삶을 대하는 자세도 진지해진다.

▽하귀~애월 해안도로▽

제주시에서 일주도로(12번)를 따라 서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귀일리쯤에서 ‘아세아방송국’ 이정표를 보고 바다쪽으로 우회전한다. 카페 ‘종이시계’ 앞에서 좌회전하면 왕복2차선 도로가 시작된다. ‘바다사랑 그리고 추억’‘야구의 집’ 등 통유리창으로 바다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아늑한 카페가 줄줄이 나타난다.

해안도로를 달리다 보면 작은 포구를 지난다. 방파제가 예쁜 ‘구엄’도 그 중 한 곳. ‘해녀횟집’이라는 식당 옆에 ‘구엄어촌계 수산물직매장’이 있다. 마침 새벽 물질을 마친 할머니해녀 예닐곱명이 방파제로 올라왔다. 망태기 안에는 갓잡은 해삼이며 전복이 가득하다.

중엄리. 여기 바다표정은 구엄과는 사뭇 다르다. 호박돌 검은 해안 앞에는 옥빛 바다가 출렁인다. 얼기설기 쌓은 듯해도 오랜 세월 풍파도 거뜬하게 버텨낸 튼실한 제주돌담과 해송, 옛 봉화대가 바다와 어울린 풍경이 독특하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위에는 카페 ‘마녀 탄 빗자루’가 있다.

애월항이다. 낚싯배 선주가 뱃전에 뒹굴던 고등어며 잡어를 방파제에 던지고 있다. ‘금성호 횟집’이라 불리는 방파제 옆 생선가게 들렀다. 목욕탕 같은 수조에는 잡고기가 가득하다. 펄떡대는 30㎝급 고등어 큰 놈이 한 마리에 5000원. 그 자리에서 회쳐 주면 귀퉁이의 허름한 테이블에서 먹는다. 2.5㎞의 하귀∼애월 해안도로는 여기서 끝난다.

▽수월~대정 해안도로▽

애월 한림을 지나 제주도의 서쪽 끝 즈음에서 만나는 섬 차귀도. 자구내포구에 서면 섬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람 자고 파도 잔잔한 날 배낚시 떠나는 관광객들로 들썩이는 곳. 1인당 한시간에 4만원이다. 수월∼대정간 5㎞ 해안도로는 여기서 시작된다.

남쪽으로 1㎞가량 달리면 수월봉(표고 78m)이다. 제주오름중 하나인데 ‘놉고메’(高古山·북제주군 한경면 고산리)라는 옛이름이 더 좋다. 놉고메에 오르면 바닷가쪽은 낭떠러지, 한라산쪽은 완만한 구릉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태평양 해안을 달리는 도로(101번)의 절경에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제주도 해안도로. 숨겨진 보석처럼 빛난다.

▼호젓한 산책로▼

너무 재미있어서 책장 넘기기가 아쉬운 책.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터이다. 제주 남원의 ‘큰엉’해안산책로와 서귀포 중문의 ‘지삿개’는 책에 비유하면 그 정도에 해당되지 않을까.

▽남원 큰엉▽

큰엉은 제주말로 큰 바위라는 뜻. 멀찌감치에서 보면 바위는 없고 파란 잔디 위로 수평선만 보인다. 그러나 몇발짝만 더 다가서 보자. 잔디밭의 끝, 해안선 아래로 까마득한 절벽이 나타나는데 모두가 시커먼 바위(큰 엉)다. 여기에 서면 두 눈으로 담을 수 없을 만큼 넓게 남쪽 바다가 펼쳐진다. 왼쪽 멀리로 보이는 표선면까지 큰엉 해안선이 바다로 들고 나는 모습은 카메라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큰엉해안절벽 위로는 산책로까지 있어 바다풍경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최근 이 명물 산책로가 총 2㎞로 연장돼 더더욱 호젓한 분위기에서 산책을 즐기게 됐다. 산책하다보면 신영영화박물관도 지난다. 해안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호주 멜버른 근처의 ‘그레이트 오션로드’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산책로다. 무료. 남제주군 남원읍.

▽지삿개▽

육각형 오각형의 기둥이 밀착된 상태로 커다란 바위를 이루며 바다에서 하늘로 치솟은 것처럼 보이는 해안가 바위절벽. 주상절리(柱狀節理·마그마가 냉각응고될 때 따르는 체적수축으로 생긴 다각형 기둥모양의 금)라 불리는데 그 독특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모진 풍파에 부서진 기둥의 절단면을 타고 해안까지 내려가보자. 해안절벽을 등반하는 듯한 짜릿함도 즐길 수 있다. 검은 석주로 이뤄진 기하학적 구조도 아름답거니와 그 앞에 펼쳐진 중문해수욕장 하얏트호텔, 멀리 산방산까지 이어지는 부드러운 굴곡의 해안선과 바다를 감상하는 것도 즐겁다. 바위 타고 내려가 물가 바위해안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맛본 해삼 전복회는 두고 두고 이야깃거리가 된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부근. 입장료 주차료 없음.

▽비자림▽

뭍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비자나무만 자라는 숲. 수령 500∼800년생 나무(2570그루)가 마치 한가족처럼 자연스레 어울린 숲 속으로 난 호젓한 산책로를 손 잡고 걷다 보면 마치 나무와 대화도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새소리 바람소리도 정겹다. 북제주군 구좌읍 평대리. 입장료 1600원.

▽여행안내▽

요즘 제주허니문의 새 풍속도는 별장처럼 지은 ‘펜션하우스’(Pension House)나 펜션형 호텔에 머물며 렌터카로 나만의 여행을 연출하는 FIT(Fequently Independent Traveler)형. 그룹투어 보다 비용은 좀 더 들지만 개성있고 자유로워 점차 늘고 있다.

제주도허니문 전문인 대장정여행사(02-3481-4242)의 1인당 허니문가격(3박4일·항공료 제외)은 △그룹투어 32만5000원 △렌터카 FIT형 27만5000원. 승마체험 식사(아침 점심 3식,저녁 1식) 여행자보험 포함. www.daejangjung.co.kr

<글·사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