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의 캐딜락 연말께 복원…부품못구해 주행 미지수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조선 마지막왕 순종과 순종비가 탔던 승용차(어차·御車)인 캐딜락(1919년형 미국 GM사 제작)과 다임러(1914년형 영국 다임러사 제작). 서울 한복판에서 그 어차의 행렬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현존 세계 유일의 모델인 이들 어차는 대한제국 황실이 미국 영국에 직접 주문해 제작한 것으로, 고자동차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문화재. 이 어차는 현재 수리 복원 중이다. 복원이 시작된 것은 1998년. 문화재청과 현대자동차는 영국의 자동차 복원전문회사인 윌대사(社)로 어차를 옮겨 복원에 들어갔다. 당시 문화재청은 99년까지 복원을 마치고 2000년부터 전시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원은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다. 사라진 부품을 구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가 토로하는 어려움.

“여러 경로를 통해 오래된 부품을 구하거나 성분 분석을 통해 직접 복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아예 사라져 버린 부품은 손을 쓸 수가 없다. 특히 엔진의 경우가 그렇다. 당시의 차량 도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사라진 부품을 모양을 확인한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이 때문에 올해말에나 복원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공정은 약 40%정도. 총 복원 비용은 약 7억원.

또 하나의 관심사는 어차가 제대로 주행할 지 여부. 문화재청은 어차 주행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의 관계자는 “어차들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부품을 변형시켜야 하고 그로 인해 원형이 훼손될 수 있으며 복원에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린다”면서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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