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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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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이 제작 의뢰▼
2년전 김수환(金壽煥)추기경이 길상사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한데 이어 두 종교의 아름다운 인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씨는 지난해 여름 소설가 정채봉씨의 소개로 법정 스님을 만나 관세음보살상 제작을 의뢰받아 최근 현대적 조형미를 갖춘 120㎝ 높이의 청동 관세음보살상 제작을 마쳤다. 최씨는 이 청동상을 토대로 화강감된 관세음보살상을 제작, 관음재일인 4월24일 길상사 설법전 앞에 봉헌한다.
평소 ‘산중 절의 건축 양식과 불상은 전통양식에 따라야 하지만, 도시 절은 그 시대의 문화적 소산이어야 한다’고 말해 온 법정스님은 최근 최씨의 작업실에 들러 완성된 불상을 보고 만족스러움을 표시했다. 스님은 “불교에는 불상을 조성한 사람을 불모(佛母)로 섬기고, 불상은 대부분 불모를 닮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최선생이 만든 관세음보살상은 그의 이미지를 닮았다”고 말했다. 법정스님은 최씨로부터 청동관음상 복사본 하나를 선물받아 강원도 산골 자신의 오두막에 봉안했다.
서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성모상 등 한국적 성모상을 제작한 최씨는 서양예술과 천주교의 토착화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며 평소 백제 반가사유상과 경주 석굴암 본존불 및 11면 관음상 등 한국 불상의 빼어난 조형미를 높이 평가해 왔다.
1958년 가톨릭에 입교, 영세를 받은 최씨는 대학 시절 서울 대각사에서 3개월 동안 불교교리를 공부한 것 외에는 불교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신앙적 본향은 가톨릭이지만 예술적 원천은 불교였다”고 말해 왔다. 그는 “좋은 시절과 인연을 만나 일생의 숙원을 이루게 해준 스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며 재료비 외에 일체의 사례를 사양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격려▼
동갑내기 스님과 조각가의 인연 못지 않게 감동적인 것은 김추기경과 장익주교가 최씨의 불상제작을 흔쾌히 격려해 준 일. 최씨는 “김추기경께서 일본에 천주교가 전파된 초기 성모상을 구하지 못한 천주교인들이 관세음보살상 한 귀퉁이에 작은 십자가 등을 표시, 감시의 눈을 피해 예배를 드렸던 일화를 소개하며 격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이를 전해들은 법정스님은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大慈大悲)의 상징이자 중생의 재난과 고통을 구제해 주는 ‘자비의 어머니’로 천주교의 ‘성모마리아’같은 분”이라고 화답했다.
<오명철기자>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