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BC카드 '수수료 전쟁' 확대…고객들만 골탕

  • 입력 2000년 1월 7일 19시 53분


6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비씨카드로 옷값을 치르려던 김모씨(50)는 비씨카드 결제를 거부당하는 바람에 실랑이 끝에 빈손으로 백화점 문을 나섰다. 김씨는 “백화점과 카드회사간의 문제 때문에 왜 애꿎은 고객들이 불편을 겪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백화점 ‘빅3’가 일제히 비씨카드 취급을 거부한 6일과 7일 백화점 매장 곳곳에서는 비씨카드 고객과 직원들 사이에 크고 작은 마찰이 잇따랐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둘러싼 일부 백화점과 카드업계간의 대립은 카드매출 규모가 큰 중견 백화점과 일부 외식업체들이 동참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씨카드 거부 파문 확산〓10여개 패밀리레스토랑은 조만간 모임을 갖고 ‘비씨카드 안받기 운동’ 전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6월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 상태인데다 백화점들이 문제를 공론화했기 때문에 외식업체들도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갤러리아 LG 등 중견 백화점들도 ‘담합행위’라는 비난을 의식해 적극적 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비씨카드 압박에 동참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이다.

3개 백화점측의 입장 고수로 세일이 시작되는 주말부터는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소비자를 볼모로 잡은 추한 다툼〓백화점업계는 “현재 3%인 가맹점 수수료가 2%로 인하되면 30% 가량의 비용 절감 효과가 생겨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드업계는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 수입이 줄어들 경우 일반 회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현금서비스 이자나 할부구매 수수료에 인상 요인이 생겨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거부운동은 백화점 카드 사용 확대를 위한 술책”이라고 백화점측을 비난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연간 매출액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 수준인데 카드 수수료가 매출액의 3%에 이르는 것은 비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카드사용 인구가 적었던 10여년 전의 수수료율이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

카드업계는 현재 평균 수수료와 원가의 차이가 0.08%에 불과해 추가로 인하해 주면 역마진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백화점과 카드회사간의 수수료 분쟁은 3년 전부터 시작된 해묵은 다툼이지만 최근 일부 시민단체가 카드사용 기반 확대를 명분으로 수수료 인하를 공론화하면서 다시 표면화됐다.

저마다 ‘소비자를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걸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카드매출로 발생하는 제한된 마진을 놓고 카드사와 가맹점측이 각자 잇속을 챙기기 위해 소비자를 볼모로 힘겨루기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 일부 백화점 고객들은 “전례로 볼 때 수수료가 인하된다고 해서 백화점들이 제품 가격을 낮추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金京源)수석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맹점 수수료를 포함해 할부 및 일시불 구매, 현금서비스 등 신용카드의 각종 수수료 원가를 체계적으로 따져보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떤 경우든 두 사업자 단체가 적당히 합의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재·금동근기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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