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김동훈 著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 입력 1999년 11월 24일 14시 10분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 김동훈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8000원▼

대학에서 '밥'을 먹고 있는 교수가 '대학해체론'을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대 해체론'을 내세우는 단편적인 글들은 종종 있었지만, 이 책처럼 대학의 존재자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책이 출간되기는 처음이다.

저자인 김동훈 교수(국민대 법대)는 대학이라는 말에 붙어다니는 '지성의 산실'이나 '학문의 상아탑'같은 낯간지러운 수사를 과감히 떼어낸다. 대신 그 자리에 '청춘의 집단수용소' '불량품을 양산해 놓고 애프터서비스 하나 없는 곳' '컴퓨터와 회화만이 핵심강좌가 되어버린 곳' '신분을 생산해내고 신분을 판정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공간' 과 같은 고발성 수사를 갖다 붙인다.

김교수는 재벌해체와 같은 차원에서 대학도 해체해야 한다며 둘의 닮은 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첫째 대마불사의 신화, 둘째 족벌경영, 셋째 밑지는 장사.

재벌이 조선 반도체 자동차 금융을 거쳐 밥장사까지 뻗어나가듯, 대학 역시 지방에 분교를 세우고, 다시 분교도 백화점식으로 늘려 거의 본교에 가까운 덩치로 키워낸다는 것이다. 대학이 이렇듯 '몸집불리기'와 '졸업장 판매'에만 열중하니, 대학의 학문적 생산력이 더욱 형편없어진다는 것이 김교수의 진단이다.

김교수는 마치 재벌처럼 운영되어온 대학의 백화점식, 선단식 운영방식을 종식시키고 대학을 그 기능에 따라 해체해야만 실질적인 경쟁과 발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저자인 김동훈교수는 경희대 법대 재학중 외무고시에 최연소 합격,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서울대 법대와 독일 쾰른대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89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최용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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