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醫-藥분업 보완책 발표]'처방'은 없고 논란만…

  • 입력 1999년 11월 1일 19시 07분


보건복지부는 1일 약사의 임의조제를 근절하는 방안 등을 보완해 의약분업을 예정대로 내년 7월 1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지부가 마련한 방안은 의약분업안에 대한 의사단체와 병원협회 및 약사들의 반대 움직임 등을 고려해 절충안을 마련한 셈이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로 여전히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복지부 보완책▼

복지부는 처방전이 없더라도 대한약전 및 공정성 등에 따라 조제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어 약사의 임의조제 근거가 됐던 약사법 시행규칙 12조를 삭제하고 89년부터 적용돼온 약국 의료보험을 의약분업 실시와 동시에 폐지하기로 했다.

또 약사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임의조제를 할 경우 의료법상 진료행위로 해석해 최고 징역 5년이나 2000만원의 벌금 등 무거운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

그러나 의사 처방전에 대해 약사가 같은 약효의 다른 약품을 조제할 수 있도록 한 대체조제를 금지하라는 의사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약국이 모든 의약품을 다 갖출 수는 없고 △의사들의 고가약 선호에 따라 약제비 부담이 높아지는 문제가 있는 만큼 원래대로 대체조제를 허용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병원의 외래조제실 폐쇄가 환자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병원측 주장과 관련해 외래환자에 대해 병원내 약국을 이용토록 할 경우 환자들의 종합병원 선호도가 더욱 높아져 의료비 부담을 늘리고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사제를 분업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환자들의 불편이 커진다는 지적에 대해서 복지부는 △많은 주사제가 분업대상에서 제외됐고 △주사제를 계속 투약받아야 할 환자들은 다음 진료일에 미리 주사제를 사가지고 올 수 있도록 사전처방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당사자 반응 및 전망▼

복지부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국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방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협 박윤형(朴允馨)사무국장은 “현재 의약품 오남용의 원인이 된 것은 약사의 임의조제 때문인데 임의조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의약분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간단한 감기나 배탈환자까지 병의원에 가도록 하는 것은 국민의 불편과 의료비 증가가 우려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편 병원협회는 △의사의 처방에 의해 약사가 조제하는 의약분업이 병원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환자가 약을 사기 위해 병원을 수차례 오가는 것은 환자의 불편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병원의 외래조제실 폐쇄는 부당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의사와 병원측의 이해도 엇갈리고 있다. 외래조제실 폐쇄 방침에 대해 병원협회측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일반 개업의들은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병원에 외래조제실을 그대로 둘 경우 환자들이 종합병원 등 3차 진료기관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의약분업 개정안으로 가장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 약사들도 불만이 적지 않다. 의사들은 원외 처방전만 발행하면 되지만 의약분업으로 약사들은 약국 경영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의약분업 시행을 앞두고 수백개의 약국이 이미 폐업했으며 약국간 통폐합과 이동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의협은 임의조제를 허용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국회 입법단계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 궐기대회를 여는 등 실력행사에 나설 계획이어서 어렵게 합의된 의약분업안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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