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化가 흐르는 漢字]姓氏(성씨)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아주 오랜 옛날, 사람은 귀했던 반면 猛獸(맹수)나 독사가 우글거려 많은 사람이 집단생활을 통해 그들에 대항해야 했다. 자연히 사람을 낳을 수 있는 여자의 역할이 중요했다. 姓은 女와 生의 결합으로 여자가 아이를 낳는 것을 말한다.

이때부터 인류는 母系社會의 一妻多夫制(일처다부제)를 이루게 되어 아들은 모두 어머니의 姓을 따랐는데 이 때문에 초기의 姓은 모두 ‘女’변을 하고 있다. 姬(희), 姚(요), 姜(강) 등이 그것이다. 곧 초기에는 여성상위시대였던 셈이다.

후에 자손이 불어나 각지로 흩어져 살게 되면서 姓만 가지고는 血族을 구별하기가 힘들게 되었다. 또 한 여자가 낳았으므로 생각보다 인구가 그렇게 많이 붇지도 않았을뿐더러 아버지를 모르는 불효막심한(?) 아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구가 늘어나게 되면서 차츰 남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남자가 더 중요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一夫一妻制로 바뀌게 되고 남자가 家長을 맡게 되었다. 이른바 氏族社會가 된 것이다. 이제는 자식들도 모두 아버지의 姓을 따르게 되었는데 그것이 氏다.

이렇게 볼 때 姓이 母系社會의 산물이자 本流라면 氏는 父系社會의 산물에 姓의 支流인 셈이다. 姓과 氏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게 된 것은 戰國時代(기원전 5세기) 이후부터다.

참고로 우리의 姓 중 대부분은 중국에도 있지만 朴이나 曺는 순수 우리 성이다. 또 중국과 같다고 해서 반드시 血族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며 좋은 뜻의 姓만 있는 것도 아니다. 雷(뢰)는 천둥, 胡(호)는 오랑캐의 뜻이다. 물론 王씨라고 해서 왕족이었던 것도 아니다.

성의 분포도 다르다. 중국에서는 林, 陳, 王, 李씨가 많은데 비해 金, 崔씨는 稀姓(희성)에 속한다. 또 曹(曹操)씨나 鄧(鄧小平), 江(江澤民)씨는 있어도 우리의 曺씨는 없다.

중요한 것 한 가지. 馬씨는 말의 후손이고, 石씨는 돌에서 태어났는가? 천만의 말씀. 이것을 한자의 假借(가차)라고 한다. 뜻과는 무관하게 단지 글자와 음만 빌렸을 뿐이다.

鄭錫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chungsw@mail.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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