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中장이모감독의 '책상…' 대미 장식

  • 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0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영화는 중국 장이모 감독의 ‘책상서랍 속의 동화’. 지난달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작품상을 탄 이 영화는 23일 영화제 폐막작으로 관객과 만난 뒤 3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된다.

★ 출연진 모두 일반인

이 영화의 출연진은 모두 실제 시골의 촌장, 초등학교 교사, 학생 등 비직업 배우들. 장이모 감독은 이들에게 카메라를 숨긴 채 자신들의 삶을 그대로 연기하도록 함으로써 단순하고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를 만들어냈다. 현실에서 건져올린 이야기, 명징한 자연스러움, 우직하게 선의를 실천하는 주인공, 능청스러운 유머 등은 7년 전 장이모에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작품상을 안겨줬던 ‘귀주 이야기’와도 흡사하다.

이 영화는 중국 치첸 지방의 초등학교 선생 가오가 보조교사로 온 열세살의 소녀 웨이에게 자신이 자리를 비우는 한 달 동안 해야 할 일을 지시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영화의 원제(一個都不能少)도 “한 명의 학생도 결원이 생겨서는 안된다”는 가오 선생의 지시에서 따온 것.

웨이가 가오 선생의 지시를 지키려고 애쓰는 초반부는 어리숙한 교사와 철없는 학생들간의 실랑이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영화가 진행되면서 간혹 중국 농촌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은근히 꼬집기도 한다.

급기야 말썽꾸러기 장후이커가 가난 때문에 도시로 일하러 떠나자, 웨이는 그를 찾아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웨이가 도시로 갈 차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벽돌을 날라 돈을 모으는가 하면 차비를 계산하면서 산수 공부를 겸하고, 콜라 두 병을 사서 26명의 아이들이 나눠 마시는 장면 등은 가장 흥미 있는 대목들.

장후이커를 찾으러 간 웨이가 대도시 한복판에서 겪는 고난을 보면 가슴이 찡하기도 하다. 그러나 중반까지 뚝심있게 전개되던 영화는 TV방송의 도움으로 장후이커를 찾은 웨이가 개선장군처럼 고향에 돌아오면서 해피 엔딩으로 비약한다.

★ 시골학교 아이들 얘기

결말에선 아이들에게 중국 전역으로부터 따뜻한 격려가 답지하는 등 중국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이전의 장이모 영화들과 비교하면 다소 부자연스럽다. 오랫동안 중국 정부의 검열로 상처받아 왔던 장이모 감독도 이젠 지친 것일까. 그러나 이 영화를 보며 장이모의 비판적인 미학의 상실을 꼬집는 건 괜한 트집일지 모르겠다. 놀랄만큼 연기를 잘하는 영화 속의 아이들처럼, 맑고 순수한 눈으로 보면 여전히 아름다운 영화다.

장이모는 22일 부산에서 기자회견과 손모양을 동판에 새기는 핸드프린팅 행사를 갖는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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