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프랑크푸르트도서박람회 막 올라…105개국 출품

  • 입력 1999년 10월 15일 18시 45분


새 밀레니엄이 열리는 2000년에는 어떤 책들이 우리 앞에 ‘지적 길잡이’로 주어질까.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고 있는 제51회 프랑크푸르트도서박람회(13∼18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한국 등 105개국의 9000여 출판사와 저작권 에이전시가 36만6000여종(신작 8만6183종)의 책을 팔고 사기 위해 모인 ‘책의 제전’.

개막 첫날 영국의 출판재벌 트랜스월드가 67만5000파운드 (약 9억1500만원)를 주고 캐나다의 신예 팬터지소설 작가 스티브 에릭슨이 펴낼 책 9권의 저작권을 사들인 빅 뉴스가 터져 나왔다.

박람회 전시장은 입구부터 행사장 끝까지 셔틀버스로도 10분이 걸리는 거대한 규모(전시면적 17만9000㎡). ‘아시아’‘영미’‘유럽’ 등 지역별로 나뉜 10개의 전시관 중 ‘태풍의 눈’은 미국과 영국 출판사가 집결해 있는 8번홀이다.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독일조차 최근에는 영미, 특히 미국 책 번역이 전체 출판량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아시아 유럽 출판계의 미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영미관에서 눈길을 끄는 ‘대박형 신작’은 크노프 출판사가 펴낼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부(The Future of Wealth)’와 마이클 크라이튼의 ‘시간선(Time Line)’. 크라이튼의 ‘시간선’은 중세와 현대를 오가는 시간여행에 관한 것으로 팬터지소설에 가깝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는 미국의 여성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가 마릴린 먼로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블론드(Blonde)’도 숨은 화제작.

논픽션의 인기품목인 전기(傳記)부문에서는 T S 엘리엇의 첫 아내 비비안의 삶을 그린 콘스테이블 출판사의 ‘공허한 그림자(Painting Shadow)’가 화제다. 비비안과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의 불륜, 엘리엇이 동성애자였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관에서는 탈북자의 증언을 담을 책 ‘북한 굴락(Gulag·강제노동수용소)’이 화제가 되고 있다. 로베르 라퐁 출판사가 탈북자 강성환씨의 증언을 담게 될 이 책은 로베르 라퐁의 계열사 닐에서 직접 기획, 출간하는 것. 독일어권에서는 전 총리 헬무트 슈미트의 21세기 전망을 담은 신작 등 품격있는 교양서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아동도서와 종교서적이 지역을 불문하고 강세를 보이는 것은 지난 몇년간의 일관된 흐름. 올해도 달라이 라마의 설교집, 자가심리치료 안내서 등 영성(靈性)과 마음의 평화를 강조하는 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심해(深海)다이빙 등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모험을 다룬 논픽션에도 각국의 출판업자들이 몰리고 있다.

한편 주최측인 독일서적상협회는 괴테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세계 각국의 괴테 번역본을 모아 특별전 ‘1000개의 언어속의 괴테’를 마련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가관을 만들었던 한국은 올해도 출판협회(회장 나춘호)주도로 디자인하우스 등 18개 출판사가 210종의 책을 갖고 참여했다. 14일 현재 계간 ‘건축세계’ 등 여러 종에 대한 저작권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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