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콜로 테아트로 극단의 페루치오 솔레리(73). ‘99 서울연극제’ 해외초청 마지막 작품으로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두 주인을 섬기는 하인―아를레키노’에서 하인 아를레키노로 나온다.
이 작품은 가면을 쓴 하인이 연인 관계인 두 남녀 주인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장난과 익살이 넘치는 희극.
“자막은 필요없습니다. 세계 어떤 곳을 가더라도 몸짓만으로 관객을 웃길 수 있거든요.”
★36개국서 공연된 작품
극중 대사는 많지만 동작 감상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 1947년 설립된 피콜로 테아트로는 유럽의 5대 극단 중 하나이며 ‘…아를레키노’는 창단 이래 계속 공연돼 온 이 극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다.
솔레리는 연극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재주를 넘고, 익살을 떤다. 칠순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연기에서 에너지가 분출된다.
하이라이트는 2막에서 두 주인을 양쪽에 두고 음식을 서빙하는 장면. 주방에서 요리사가 10초, 20초 간격으로 던져주는 풀코스 요리를 받아 왼쪽과 오른쪽의 주인에게 각각 서빙하는 그의 동작은 36년간 이 역을 맡아온 관록을 실감케 한다. 곡예에 가까운 그의 몸짓은 마치 빨리 돌리는 영화필름처럼 숨가쁘게 느껴진다.
고령이라 근육마비가 생길 것을 우려한 그의 요구에 따라 연극제 주최측은 마사지사를 무대 뒤에 대기시켜 놓았을 정도.
이 연극은 중세 이탈리아 거리에서 펼쳐지던 즉흥 희극인 ‘코메디아 텔아르테’를 18세기 극작가 골도니가 무대 연극으로 정착시킨 작품. 50년간 세계 36개국에서 2303회 공연된 기록을 갖고 있다.
★3시간동안 정열 연기
그는 63년 이 역을 해오던 배우가 죽자 당시 연출자였던 조르지오 스트렐러의 눈에 띄어 대역으로 첫 무대에 섰다.
“처음엔 무대 위의 곡예나 서커스 연기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나 30년이 넘다보니 ‘아를레키노’라는 인물의 성격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는 정말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인간이지요.”
아를레키노 역을 후배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솔레리는 “연출자나 나 스스로 연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까지 이 역을 계속 맡겠다”며 ‘영원한 현역’을 자처했다. 오후 7시. 2만∼3만원. 02―3673―256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