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극 주인공 36년, 伊배우 솔레리 내한

  • 입력 1999년 10월 10일 19시 39분


한 연극에서 주인공을 36년간이나 맡아온 이탈리아의 명배우가 서울의 무대에 섰다.

이탈리아 피콜로 테아트로 극단의 페루치오 솔레리(73). ‘99 서울연극제’ 해외초청 마지막 작품으로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두 주인을 섬기는 하인―아를레키노’에서 하인 아를레키노로 나온다.

이 작품은 가면을 쓴 하인이 연인 관계인 두 남녀 주인 사이를 오가며 벌이는 장난과 익살이 넘치는 희극.

“자막은 필요없습니다. 세계 어떤 곳을 가더라도 몸짓만으로 관객을 웃길 수 있거든요.”

★36개국서 공연된 작품

극중 대사는 많지만 동작 감상만으로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 1947년 설립된 피콜로 테아트로는 유럽의 5대 극단 중 하나이며 ‘…아를레키노’는 창단 이래 계속 공연돼 온 이 극단의 대표적 레퍼토리다.

솔레리는 연극이 진행되는 3시간 동안 끊임없이 뛰어다니고 재주를 넘고, 익살을 떤다. 칠순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연기에서 에너지가 분출된다.

하이라이트는 2막에서 두 주인을 양쪽에 두고 음식을 서빙하는 장면. 주방에서 요리사가 10초, 20초 간격으로 던져주는 풀코스 요리를 받아 왼쪽과 오른쪽의 주인에게 각각 서빙하는 그의 동작은 36년간 이 역을 맡아온 관록을 실감케 한다. 곡예에 가까운 그의 몸짓은 마치 빨리 돌리는 영화필름처럼 숨가쁘게 느껴진다.

고령이라 근육마비가 생길 것을 우려한 그의 요구에 따라 연극제 주최측은 마사지사를 무대 뒤에 대기시켜 놓았을 정도.

이 연극은 중세 이탈리아 거리에서 펼쳐지던 즉흥 희극인 ‘코메디아 텔아르테’를 18세기 극작가 골도니가 무대 연극으로 정착시킨 작품. 50년간 세계 36개국에서 2303회 공연된 기록을 갖고 있다.

★3시간동안 정열 연기

그는 63년 이 역을 해오던 배우가 죽자 당시 연출자였던 조르지오 스트렐러의 눈에 띄어 대역으로 첫 무대에 섰다.

“처음엔 무대 위의 곡예나 서커스 연기에 집중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나 30년이 넘다보니 ‘아를레키노’라는 인물의 성격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그는 정말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인간이지요.”

아를레키노 역을 후배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솔레리는 “연출자나 나 스스로 연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때까지 이 역을 계속 맡겠다”며 ‘영원한 현역’을 자처했다. 오후 7시. 2만∼3만원. 02―3673―2561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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