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웨이트리스' 장아람씨,신청곡 즉석서 열창

  • 입력 1999년 10월 7일 18시 41분


“I love you….”

호텔 인터컨티넨탈 서울의 이탈리아식당 피렌체의 웨이트리스 장아람씨(26)가 플라시도 도밍고와 모린 맥거번의 노래 ‘Love Until Be End Of Time’을 부를 때였다. 청아한 피아노 반주소리, 중세성당에 들어온 것 같은 우아한 분위기….

“여보야, 이건 내 청혼곡이야.”

‘주르륵’. 순간 노래를 듣던 주부 김선아씨(29·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볼에는 눈물이 흘러 내렀다.

결혼한 지 3년반. 남들처럼 그럴싸한 프로포즈를 못받고 결혼한 것이 못내 아쉬었던 김씨의 마음을 남편이 읽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숱한 여성들을 울려온 장씨의 별명은 ‘눈물의 천사’다. 감정 표현이 빼어난 덕에 성악과 출신 웨이터와 웨이트리스 7명으로 구성된 이 식당 ‘라스칼라’팀원 중 가장 많이 손님을 울리기 때문.

“5개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50대 여성이 쇼팽의 ‘이별의 곡’을 신청해 들은 후 눈물흘릴 때 가장 마음이 아팠어요.”

중앙대음대 성악과 출신인 그는 96년 졸업과 동시에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코세르 바토리오’ 국립음악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그러나 IMF체제가 시작되면서 학비 문제로 ‘날개’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천안시립합창단에서 활동하던 중 98년 6월 이 곳 성악 웨이트리스 모집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월수입은 150만원 정도. 처음에는 그럴싸한 무대도 아닌 곳에서 노래부르는 것도 창피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자신의 노래를 듣고 기립박수를 치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청중’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노래시간은 오후 7시반부터 9시반. 예약을 하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노래를 들려준다. 02―559―7606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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