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엘니도]태초의 숨결 간직한 '블루라군 비경'

  • 입력 1999년 9월 1일 18시 23분


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을 보면서 사람들은 상상한다. “저런 무인도에서 하루만이라도 지내 보았으면…”하고. 영화의 배경은 야자수 무성한 타이티의 한 무인도. 바닥이 들여다 보이는 옥빛 바다와 고운 산호가루 모래해변. 불시착한 경비행기 조종사와 미모의 여승객이 이 절해고도(絶海孤島)에서 일주일간 겪는 고생과 로맨스는 도시인에게 달콤한 꿈처럼 다가왔었다.

마닐라공항을 떠나 남중국해의 푸른 바다를 날던 19인승 도니어228 쌍발프로펠라추진 경비행기가 고도를 낮추며 착륙을 준비했다. 출발한지 1시간50분(거리 430㎞)만에 팔라완섬 북단의 작은 마을 엘니도(El Nido)에 다다른 것이다.

◆라겐섬 아침은 파란색

마치 바다위에 앉을 듯 수면위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하게 날던 비행기는 해변을 가로질러 야자수 숲을 밀어 만든 흙바닥 활주로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흙먼지 날리는 창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트로피칼 샬레(열대원두막형 가옥). 엘니도의 공항터미널이다.

망고주스로 비행의 피로를 푼 승객들은 ‘지프니(지프형 자동차)’를 타고 해변으로 간다. 그리고 바지를 걷고 물 속을 걸어 ‘방카’라는 필리핀 전통목선(엔진추진)에 오른다. 귓불을 간지르는 바닷바람에 기분이 날아갈 듯 상쾌하다. 잔잔한 바다 위로 영화 ‘주라기공원’에 나오는 공룡섬처럼 불쑥 튀어 오른 모양의 섬들이 나타난다. 방카는 대문처럼 버티고 있는 두 섬 사이의 좁은 바다를 빠져 나간다. 뱃길로 40분. 라겐이라는 작은 리조트섬에 닿았다. 선착장에서는 순한 얼굴의 필리핀 처녀 총각 7,8명이 기타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승객들을 환영한다.

◆딴세상에 온듯한 느낌

나 만의 영화 ‘투나잇, 스리 데이’의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라군(환초로 둘러싸인 얕은 바다)위로 지어진 수상가옥형 호텔 발코니의 야외침대에 누워 남중국해의 청명한 밤하늘을 바라본다. 쏟아지는 별빛 달빛이 아름답다.

라겐섬의 아침은 ‘블루’일색이다. 하늘과 바다, 모두가 파랗다. 방카에 바다카약(플라스틱제)을 싣고 뱃길로 20분 거리의 빅라군, 스몰라군으로 여행을 떠난다. 아무도 없는, 그래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석회암바위로 둘러싸인 옥빛 바다의 ‘작은 호수’에 들어가 배를 젓다보면 외계에 온 듯한 느낌마저 든다. 천국의 문에 가까이 온듯도 하다. 스몰라군은 한사람이 겨우 빠져 나갈 수 있는 바위 틈을 바다카약을 탄 채 통과해 들어가는 비밀스러운 곳. 태초의 정적 같은 절대의 침묵공간. 스노클링 장비를 갖추고 호수 같은 바다에 뛰어 들었다. 형형색색의 열대물고기들이 노는 바닷속은 바깥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엘니도에서는 이 모든 것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필리핀〓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여행상품

클럽아일랜드센터(CIC)는 엘니도의 미니록과 라겐리조트로 떠나는 4박5일 FIT용 휴식형여행상품을 판매중이다. 마닐라 2박, 리조트 2박에 마닐라↔엘니도는 19인승 경비행기로 오간다. 마닐라 체류시 한국인 가이드 안내 포함. 가격은 라겐 139만원, 미니록 129만원. 출발후 도착 때까지 팁은 물론 어떤 경우에도 추가지출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 상품의 특징. 신혼여행자들이 주 고객. 02―512―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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