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책]만화, 문학부문에 첫 선정

  • 입력 1999년 8월 13일 19시 10분


한국출판인회의가 독자들에게 좋은 신간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마련한 ‘이달의 책’사업. 6월에 이어 두번째로 ‘8월의 책’이 최근 발표됐다. 이번 달 출품작은 120여개 출판사에서 내놓은 300여권. 17명의 선정위원이 보름간 부문별 심사와전체난상토론을거쳐 문학 등 8개부문54권의책을 선정했다.

◆ 특색있는 선정작

만화로 그려진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소설 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문학 1부문에서 뽑혔다. 작중 배경에 대한 답사 고증이 충분해 원작의 섬세한 호흡을 음미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평가를 받았다.

평전 기행문 에세이를 비중있게 다루기 위해 신설된 문학2부문에는 6권의 산문이 꼽혔다. 이 중 ‘시인의 자리가 있는 곳’은 바이런 등 내로라하는 역대 영국 작가의 ‘뒷얘기’만을 다룬 책. 셸리는 아내가 호수에 몸을 던져 자살하게 만들었고 키츠는 생전에 시집을 100권도 못 팔았지만 그나마 ‘폭풍의 언덕’ 등을 남긴 브론테 자매의 공동시집이 2권밖에 안 팔린 것에 비하면 성공이었고….

11권이 출품돼 4권이 선정된 자연과학 부문에서는 의사 황상익(서울대), 물리학자 정재승, 생물학교수 권오길(강원대) 등 국내 필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번역책이 대종을 이뤘던 교양과학서 부문에 국내 전문 필자층이 두터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증거다.

중고교생들에게 권할 만한 책을 선정한 청소년부문에서는 ‘스무살이 되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1,2’가 눈길을 끈다. 특히 책 뒤에 117명이 권장도서로 추천한 442권의 ‘총 목록과 도서정보’는 일목요연한 자료다.

◆심사평

번역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좋은 번역서들이 대거 쏟아졌지만 번역수준은 기대 이하였기 때문. 번역작품을 원문과 대조한 심사위원들은 “문체를 못살린 것은 물론이고 번역이 곤란하면 생략하는 사례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문학1부문 심사위원 정과리씨는 “역자가 원작을 얼마나 깊이 이해했는가는 각주가 얼마나 적절하게 등장하는가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문학부문의 경우 출판사 기획력에 비해 필자 수준이 뒤떨어진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평가. 시의적절한 기획은 많았지만 출품작의 절반에 해당하는 국내필자들의 책 30여종이 대부분 논문을 개작했거나 고전을 해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달의 책’선정목록은 무료로 구할 수 있다. 02―3444―0622∼4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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