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사람이 문제인가? 편견이 문제인가?

  • 입력 1999년 3월 14일 20시 13분


영원한 자유인가, 반(反)사회적 일탈인가.

독신이 늘고 있다. 5년마다 이뤄지는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독신가구수는 85년 66만, 90년 1백2만, 95년 1백64만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중 30세 이상은 85년 40만에서 90년 64만, 95년 1백10만으로 늘었다.

독신이 엄연한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런데도 가부장적 유교문화의 뿌리가 깊은 우리 사회에서 독신은 아직도 일탈이고 결핍이다. 독신자는 불효자고 잠재적인 반사회자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성인으로 대우받지 못한다. 남자는 ‘안가는’ 것이지만 여자는 ‘못가는’ 것으로 여기는 상황에서 독신에 대한 편견은 여성에게 억압이기도 하다.

독신 증가의 배경은 개인주의 성향, 가부장적 가족주의에 대한 반발, 여성의 경제적 자립 및 의식화,적령기 남녀의 성비(性比) 불균형, 이혼 증가로 인한 새로운 독신의 탄생 등.

자신이 독신자인 김영민 한일신학대교수(철학)는 “독신에 대한 편견은 우리 사회의 경직된 도덕주의의 덫이며 그런 상황에서 독신은 불순한 비주류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세상은 변하는데 우리의 가족관은 그대로다. 일종의 문화지체(文化遲滯)인 셈. 안호용 고려대교수(가족사회학)는 “우리 사회의 각종 제도는 아직도 결혼한 사람 중심”이라며 “자동차 보험료의 경우에도 독신자는 결혼한 사람보다 적게 내야 하는 것 아닌가”고 반문하다.

독신에 대한 학술적 논의는 거의 없는 형편이지만 사회학자들은 이제라도 독신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한다고 강조한다. 독신은 남녀 결합이라는 가족 양식에서 벗어났을 뿐, 정서적 장애는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

동국대 조은교수(사회학). “나이 서른이 되어도 부모에게 모든 것을 의존하는 우리의 생활 방식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러한 잘못된 관습은 독신에 대한 편견을 낳기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유럽인들의 생활방식을 배워야 한다. 유럽에서 독신이 사회문제로 비화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까닭이다.” 여성에게 가사를 의존하는 남성은 더욱 심각하다고 덧붙인다.

부모와 여성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의 일상생활. 여기에 독신의 문제와 해법이 함께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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