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싸이코」, 히치코크 따라하기

  • 입력 1999년 1월 28일 19시 52분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에게 한 마디. 아직 알프레드 히치코크의 공포영화 ‘싸이코’(60년 작)를 못봤다면 절대로 보지 말고 극장에 가라. 이미 봤다면 히치코크의 ‘싸이코’와 이 신판 ‘싸이코’가 너무 닮았다는 감탄 이상은 기대하지 말 것.

줄거리와 세트, 음악은 물론 오싹한 공포의 순간까지 똑같아 긴장이 생길 리 없다. 하긴 이 정도로 똑같게 만드는 것 역시 재능일런지도 모른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싸이코’는 히치코크에게 바치는 헌사와도 같은 영화다. 흠모의 정이 절절하다 못해 지나쳐 그는 원작을 그대로 모사(模寫)하는 영화사상 보기드문 해프닝을 연출했다.

다른 점은 흑백영화가 컬러로 바뀌었고 마리온(앤 헤이시 분)이 훔친 돈의 액수가 4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늘어났다는 것 정도. 노먼(빈스 본)이 마리온을 엿보며 자위하는 장면이 추가됐지만 대사와 인물의 동선은 원작 그대로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는 모방이 불가능했던 듯하다. 빈스 본은 원작에서 노먼 베이츠 역을 맡았던 안소니 퍼킨스의 섬뜩하고 탁월한 연기에 한참 못미친다. 앤 헤이시 역시 쟈넷 리가 연기한 육감적인 마리온에 비하면 너무 소년같아 생경하다. 30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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