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청-계좌수색 함부로 못한다…영장실질심사 강화

  • 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4분


앞으로 검찰의 마구잡이식 감청이나 무차별 계좌 압수수색에 제동이 걸리게 됐다.

서울지법은 최근 영장관련 판사회의를 열고 국민의 사생활 및 재산권보호를 위해 감청 및 압수수색에 관한 영장심사 강화대책을 마련해 2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법원은 피의자 또는 내사를 받고 있는 사람외에는 원칙적으로 감청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 특히 감청영장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검사에게 보정(補正·보충하고 바로잡음)을 요구해 감청의 목적이 명확할 때에만 영장을 발부하기로 했다. 법원은 그동안 감청영장의 99%를 발부해 왔다.

법원은 또 앞으로 특정계좌와 관련된 연결계좌 전부를 압수수색하거나 계좌번호를 특정하지 않고 모든 금융기관에 개설된 피의자의 예금계좌 전부를 압수수색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종전처럼 ‘각종 금융기관에 개설된 피의자의 모든 계좌와 이와 관련된 다른 사람의 계좌까지 뒤지겠다’는 식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불가능하게 됐다.

영장담당판사들은 “사안이 중대하고 연결계좌를 추적하지 않고는 돈 세탁 수사가 곤란하다는 점을 충분히 입증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영장을 발부하겠으며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과 거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의 계좌까지 뒤지는 것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이와 함께 영장실질심사에서 피의자가 심문신청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할 경우 검찰을 통해 피의자의 의사를 확인하고 검찰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이 직접 전화를 통해 피의자의 의사를 확인하기로 했다.

법원은 또 검찰이 피의자 가족에게 영장실질심사 신청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검찰에 이에대한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법원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검찰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으로 수사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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