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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8일 19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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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의 명물 독수리다방과 이대 정문 앞 카페 IVY. 두 카페에는 테이블마다 담배갑만한 무선데이터통신 단말기가 설치돼 있다. 그리고 메뉴에는 상대 카페의 테이블별 단말기 번호가 적혀있다.
마음에 내키는 번호를 고른 뒤 상대방에게 보낼 메시지를 펜으로 입력한다. 그리고 전송.
메시지를 받은 상대에게서 연락이 오면 즉석 미팅이 시작된다. 마치 PC통신으로 채팅을 하듯 서로 얼굴을 모르는 상대방과 흥미진진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묘미. 키보드를 두드린 활자체가 아니라 펜으로 직접 쓴 글을 볼 수 있는 것이 PC통신과 다른 점이다.
각자 다른 카페에 앉아 서로 얼굴을 모른 채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이른바 카페팅이다. 대화(채팅)는 글로 말한다는 뜻을 가진 무선데이터통신 단말기 ‘글로톡’으로 한다.
이대앞 IVY 주인 정창용씨(34)는 “신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참신한 아이디어를 찾던 중 카페팅을 떠올렸다”고.
단말기로 한창 채팅을 하다 잠시 나간 여학생이 남학생 둘을 데리고 와 본격적으로 미팅을 시작하는 광경도 종종 ‘목격’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독수리다방에서 카페팅을 즐기던 경정현군(연세대 경영3)은 “PC통신에서 채팅은 혼자서 여러명을 상대로 대화를 하는 것이지만 카페팅은 함께 차를 마시러 온 친구와 더불어 즐길 수 있어 색다르다”고 말했다.
신종 미팅을 도입한 카페들의 풍경은 이것 말고도 달라졌다. 손님들로부터 음료주문을 받을 때도 무선데이터통신을 활용하기 때문에 종업원을 부르는 소리가 사라진 것.
두 카페간의 신종미팅은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분점을 갖고 있는 카페 체인점은 물론 피자가게 미용실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어미디어(02―3485―3013)의 서동욱씨는 “드라마 ‘승부사’에서 주인공 김남주와 송승헌이 사랑을 확인하는 러브단말기가 등장한 것이 도화선이 돼 신세대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고 설명.
〈정영태기자〉ytce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