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필름페스티벌]「우나기」

  • 입력 1998년 10월 23일 19시 45분


뱀장어(일본어로 ‘우나기’)만이 유일한 말벗인 남자. 바람난 부인을 죽인 죄로 복역하다 가출소한다. 세상에 대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은 그가 고난에 가득찬 과거를 지닌 한 여인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

“나는 인간에 탐욕스러울 만큼 흥미를 느낀다”며 일관되게 ‘인간’이라는 주제를 탐구해온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 전후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냉정하면서도 정확한 인간묘사로 명성을 쌓아온 그가 8년간의 침묵을 깨고 만든 영화답게 세기말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부조리가 비정하리만큼 침착하게 그려진다.

평범한 줄거리. 하지만 고요한 질서속에 담긴 부조리에 대한 분노, 흘러간 것과 새것을 조화시키려는 원숙한 거장의 몸짓이 우러난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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