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영화도 「햇볕무드」…「임꺽정」등 1백여편 대기

입력 1998-09-18 19:04수정 2009-09-25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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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멍청해. 머리는 텅빈 게 여자만 밝히고.…네가 쳐다볼 때마다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 창피해.”(성심·진희경 분)

러시아 모스크바의 미술관.외화벌이 일꾼이자 끊임없이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북한판 날라리’ 영준(이정재)과 최고권력자에게 능욕을 당한 성심의 슬픈 사랑이 펼쳐진다. 그리고 TV 드라마에서 드물게 농도짙은 키스신까지.

15일 방영된 SBS ‘백야 3.98’(월화 밥9·55)의 한 장면.

2월1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북한방송 개방을 1백대 정책 추진과제로 선정하는 등 정부의 ‘햇볕 정책’에 힘입어 TV 영화 등 영상물의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이 무너졌다.

과거 이적표현물로 분류돼온 북한의 영상물이 잇따라 방영되는가 하면 북한을 읽어내는 우리의 ‘영상 문법’도 ‘뿔만 안달린 도깨비’에서 ‘사람’이 사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

8일에는 북한영화 ‘안중근,이등박문을 쏘다’가 최초로 SBS를 통해 공개됐다. KBS와 SBS도 북한영화 ‘임꺽정’과 ‘홍길동’의 방영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KBS 이원건편성주간은 “‘임꺽정’을 방송위원회의 심의와 판권을 둘러싼 분쟁이 마무리되는 대로 10월초 10부작으로 편성할 계획”이라며 “‘북한문예극장’이라는 식으로 고정편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불가사리’‘돌아오지 않는 열사’등 신상옥감독이 북한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려진 영화들과 ‘꽃파는 처녀’‘금강산으로 가자’ 등 1백여편의 북한 영상물이 TV와 시중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독립프로덕션인 IMS의 양경숙대표는 “신상옥감독의작품 등 북한의 대표적 영화들을 상영하는 북한영화제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0일부터 열리는 춘천국제만화축제의 조직위원회측도 1백여편의 북한 만화영화 상영을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영상물의 ‘북풍(北風)’은 물량도 많거니와 전 장르에 걸쳐 ‘탈이념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착하고 순진한 북한 간첩이 남한에서 죽도록 고생한다는 내용을 담은 코미디 영화 ‘간첩 리철진’이 제작준비중이고 SBS ‘퀴즈쇼 통일유람선’은 퀴즈 형식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일상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또 농심의 사발면과 유공의 엔크린 CF에는 각각 금강산 유람선과 순박한 표정이 담긴 북한의 거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한양대 최창섭교수(신문방송학)는 “영상물의 북한 붐은 ‘레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남북간의 정서적인 친밀함을 일구어 통일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역편향이나 환상을 심어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적인 수입에 따른 북한 영상물의 ‘가격 인플레’도 문제점이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안중근…’의 수입추천가격은 9천만원이며 5부작으로 수입된 ‘임꺽정’은 2억원. 최근 북한 영상물에 대한 과열경쟁으로 판권 분쟁이 생기고 극영화의 경우 5만달러 미만의 판권료가 3, 4배이상으로 치솟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방송개발원(원장 이경자)은 17일 북한방송 개방에 관한 정책보고서를 내고 △남북한 상호비방방송 중지 선언 △북한방송 심의위원회 및 남북방송교류 추진위원회 설치 △프로그램 공동제작 및 남북한 방송협력 협정체결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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