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누가 처음 시작했을까」「내남편 윤이상」…

입력 1998-09-07 19:13수정 2009-09-25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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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처음 시작했을까(피에르 제르마 지음)

비키니가 처음 세상에 태어난 것은 1946년 6월20일. 프랑스의 발명가 루이 레아르에 의해서였다. 이 비키니 수영복은 3일 뒤 파리의 몰리토르 수영장에서 사람들에게 공개되었다. 그 여주인공은 카지노에서 일하는 한 스트립댄서였다.

그럼 스트립쇼는 언제 시작됐을까. 이 책에 그 답이 있다. 1895년 프랑스에서.

인류의 발견이나 발명품 등 인류 문명사와 관련된 다양한 물건 현상 사건들의 기원을 소개한 책. 구급차 해수욕 맥주 자전거 브래지어 피임 단두대 최면술 세탁기 부부침대 전당포 면도기 문신 서부영화 동물원 볼펜 무장강도 등 각종 도구나 동식물 기술 문명 언어 제도 등 크고 작은 7백여가지의 기원이 흥미롭게 펼쳐져 있다.

우리 것도 있다. ‘인쇄술, 1377년 한국에서 최초의 금속활자가 등장’했다는 대목. 하늘연못. 15,000원. 480쪽.

▼내 남편 윤이상(이수자 지음)

‘평생 염원하던 세계적인 작곡가가 되었으면서도 민족을 구원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음악을 버리고 그 길로 달려가겠다던 당신. 작곡을 하면서도 라디오을 통해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의 빛이 희미하게나마 들려올 때면 늘 미소 짓고 행복해했던 당신. 그러나 조국이 당신에게 안겨준 것은 납치와 구속 연주금지였으니…’.

20세기 한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곡가요, 뜨거운 민족주의자였던 윤이상. 입국 불허로 끝내 조국 땅을 밟지 못한채 눈을 감아야 했던 윤이상. 가장 가까운 곳에서 애환을 함께 나누었던 부인이 남편 윤이상의 정신적 흔적을 회고했다.

집안의 반대를 이겨내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안타까웠던 사랑 이야기며 독일로 건너간 뒤 동베를린 사건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으면서도 조국과 음악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던 강인한 의지, 광주 민주화 항쟁을 접하고 슬픔과 분노 속에서도 ‘광주여 영원히’를 작곡해 역사를 바로 세우려했던 고결한 정신 등이 애잔하게 그려져 있다. 17일은그의 81번째생일. 창작과 비평사. 상권 10,000원, 355쪽. 하권 10,000원, 335쪽.

▼정치의 재발견(울리히 벡)

20세기말 세계 정치에 대한 독일 사회학자의 진단과 처방. 저자는 이 시대를 정당정치가 심각한 위기에 빠진 총체적 위험사회로 바라본다. 모든 정책 결정이나 법 개정에 있어 의회에서 토론 한번 제대로 이뤄지는지, 변변한 여론 수렴 하나라도 있는지. 모든 것이 일방적이라는 말이다. 그런데도 사회는 체념하고 있고 경제나 과학 문화 역시 안정과 확실성을 잃어버려 모든 것이 혼돈과 불확실에 빠져들었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위험사회의 실체다.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나가야 할 것인가. 비판적 성찰적 정치가 필요하다. 생태주의적, 시민참여적 정치의 시대가 열려야 한다.

구체적인 예로 사회 내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가능한 영역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해결하고 갈등이 첨예하거나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필수적인 영역은 국가가 책임지는 ‘역할 분담론’을 제시한다. 그래야만 유럽에서 유행하는 극우인종주의나 신민족주의와 같은 역(逆)근대화도 막을 수 있기에. 거름. 15,000원. 437쪽.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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