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화제작 「보고 또…」의 얼굴없는 작가 임성한씨

  • 입력 1998년 9월 4일 19시 31분


일일드라마 사상 최고의 시청률 56.8%(1일). ‘MBC뉴스데스크’의 시청률 1위 탈환을 이끈 ‘일등공신’.

PC통신의 네티즌을 공주파(금주·윤해영 분)와 여우파(은주·김지수)로 분열시키고 겹사돈 문제로 한바탕 논쟁을 일으킨 드라마.

이같이 화제를 뿌리고 있는 MBC ‘보고 또 보고’(월∼금 밤8·25)의 작가 임성한(39·여)은 얼굴이 ‘없다’.

다혈질로 소문나 평소‘열(熱)’두익으로 불리는 연출자 장두익PD조차 드라마 문제로 예고없이 경기도 안양시 평촌의 아파트의 그를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했다.

연기자들은 매일 그가 쓴 대본으로 연습을 하면서도 “도대체 우리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 E메일을 통해 2백자 원고지 3백장 분량의 1주일치 원고를 전달할 뿐.

주변에는 “결혼도 안하고 컴퓨터에 관한 일을 하는 여자”로만 알려져 있다. 파출부 아줌마는 물론 어린 조카도 그가 ‘보고…’의 작가라는 사실을 모른다.

어렵게 전화인터뷰를 허락한 임성한은 “드라마가 좀 떴다고 오만해진 게 아니라 사람을 만나 신경을 쓰면 작업을 못할 만큼 예민한 상태”라며 “아침 6시부터 자정까지 원고지를 메꾸느라 전혀 틈이 없다”고 말한다.

그가 분석하는 드라마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겹사돈으로 설정된 인물 관계가 작위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개별 인물들은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특히 ‘공주’와 ‘여우형’으로 대립되는 두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여자나 남자나 살면서 한번쯤 만난 듯한 익숙한 타입이 아닐까요.”

그는 또 “주인공의 모델이 있다면 7년간 초등학교에서 컴퓨터 관련 강사로 일하면서 지켜본 여자 동료들의 다양한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임성한은 놀랍게도 지난해 방영된 MBC ‘베스트극장’ 등 4편의 단막극 집필이 작가 경력의 전부인 미혼의 늦깎이.

“나는 일과 가정을 모두 잘 꾸릴 자신이 없습니다. 일에 매달려 상대방에 충실하지 못하다면 그것도 미안하구요.”

그는 자신이 탄생시킨 드라마에 미쳐 있고 그래서 더욱 지쳐 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샤인’이 가장 최근 본 영화이자 기억나는 문화생활이란다.집필중 허리 몸살로 세차례나 끙끙 앓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남겨 놓았는지 묻자 “우여곡절 끝에 두 자매가 결혼하고 이들을 둘러싼 갈등이 있다. 그러나 세 글자인 마지막 대사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 “부탁이 있는데요, 작품이 끝나고 인터뷰가 보도되면 안될까요….”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작가 임성한씨]

▼39살 미혼의 늦깍이

▼전직은 컴퓨터 강사

▼하루 18시간 집필

▼E메일로 원고 전달

▼연출자도 안만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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