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이창호 「닮은꼴」…기본기 충실등 「복사판」

  • 입력 1998년 7월 28일 19시 27분


“박세리의 골프는 이창호의 바둑과 너무 비슷해.”

박세리의 98자이언트 이글클래식 정상등극을 잠을 설쳐가며 지켜본 회사원 김모씨(40)는 이렇게 말했다. 골프핸디캡 7, 바둑 아마3급인 그의 말처럼 두 프로의 플레이스타일은 닮았다.

‘포커페이스(무표정한 얼굴)’ 박세리(21·아스트라)와 ‘돌부처’ 이창호(23·국수). 별명에서도 드러나듯 우선 두 사람은 감정표현이 없다. 이에 말려들면 주눅이 들거나 과욕을 부리다 자멸하기 십상이다.

98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추아시리폰(미국)이 4타나 앞선 6번홀(파3)에서 타수를 더 벌리려고 홀컵을 직접 노리다 트리플보기를 기록,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따지고 보면 박세리의 ‘무표정’에 자극받은 탓.

소렌스탐(스웨덴)과 웹(호주)이 박세리와 같은 조로 정면대결했던 98자이언트 이글클래식 첫 라운드에서 완패한 것도 그 예다.

특히 웹은 박세리를 피한 2,3라운드에서 각각 68타와 65타를 치며 맹추격했으나 첫 라운드의 부진(72타)을 만회하기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소렌스탐도 박세리를 피한 2라운드에선 66타를 기록했으나 같은 조였던 1,3라운드에선 모두 70타. 반면 박세리는 1라운드 65타, 3라운드는 67타.

92년 동양증권배 바둑 결승에서 이창호에게 진 린하이펑은 “대국 중 얼굴을 흘낏 봤는데 담담한 표정이야. 분명히 내가 우세한데 그게 아닌가 싶어 기분이 나빠지면서 바둑이 점점 꼬여갔다”고 털어놨었다.

두번째 닮은꼴은 끝내기에 유독 강한 점.

‘예선에서 10위권에만 들면 반드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는 한 외신의 표현처럼 박세리는 일단 찬스를 잡으면 결코 놓치지 않는 강한 승부욕을 가졌다. ‘안개 덮인 태산’ 이창호도 막판 뛰어난 수읽기와 계산능력으로 승부수를 던져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 특징.

특출난 플레이가 없다는 것도 박세리와 이창호의 닮은 점. 박세리의 드라이버샷 비거리와 퍼팅 온그린율은 결코 상위권이 아니지만 올시즌 벌써 4승. 이창호도 “기풍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의 보통바둑. 그런데도 그는 국내외 타이틀 12개를 보유한채 7년째 세계 정상을 구가하고 있다.

플레이스타일 외에도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박세리는 하루평균 볼을 1천개 이상 치고 퍼팅을 2백회 이상 하고 이창호는 밤을 새워가며 복기하는 ‘연습벌레’.

또 두 사람 모두 열성부모 슬하에서 어려서부터 승부사로 키워졌기 때문에 친구가 없고 아직 이성교제도 못해봤다.

엄청난 수입에도 불구하고 돈 쓰는 법을 배우지 못한 구두쇠라는 점도 닮았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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